미래통합당 공천에 배제된 일부 당원들이 19일 국회로 출근하는 황교안 대표에게 다가가 항의하려는 과정에서 자신들끼리 몸싸움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1대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정당의 공천자 명단이 최종 확정됐다. 선거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라지만 전쟁터에 발도 딛지 못한 채 물러서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천 탈락자들이다.

당선은 정치인의 ‘생명줄’인 만큼 탈락자들이 고분고분하게 물러서는 경우는 드물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 정도는 양반이고, 심할 경우 물리적 충돌과 단식투쟁까지 불사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 같은 장면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김재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향하는 황교안 대표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공천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결국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대근 기자
'불공정 공천에 희생된 전 자유한국당 서울ㆍ수도권 당협위원장 일동'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소속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드시 승리해 돌아오리” 무소속 출마형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 혹은 심사 과정 자체에 동의하지 못한 후보들이 주로 택하는 항의 유형 중 하나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선언이다. 주로 오랜 기간 지역구 관리에 힘을 써 온 의원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다. 당의 지원 사격 없이 자신의 지지 세력만으로도 당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실제 선거에서 승리한 후 ‘내 말이 맞았지’하며 의기양양하게 복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를 금지하기 위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무소속 출마 의원 영구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지지 세력이 탄탄한 의원들이 이런 행위를 반복한다면 당 지도부의 내부 장악력은 약해지고, 공천을 받은 후보가 선거운동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국회 앞에서 경북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 출마 선언을 한 박승호 총선 예비후보의 지지자가 상복을 입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에서 탈락한 미래통합당 원외당협위원장들이 12일 국회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공정 경선을 요구하는 항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내 말좀 들어주세요” 공개 집회형

집회는 가장 정석에 가까운 정치 행위다.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나 이들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 지도부에 항의하거나 길목을 가로막고 각종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평화적인 집회로 마무리 되면 좋으련만 대면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미래통합당 당원들은 19일 황교안 대표에게 김형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다가 당원들끼리 서로 멱살을 잡기도 했다.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 총선후보 경선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성북구청장 출신인 김영배 후보에게 패해 공천에서 탈락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이해찬 당 대표실 앞에서 공천 무효 및 재추천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탈락에 대해 항의하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 참석하는 이낙연 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몸으로 부딪히겠다” 단식투쟁형

최근 들어 ‘최후의 정치적 수단’이라는 정체성이 희미해지기는 했으나 단식투쟁은 여전히 수위 높은 항의법으로 통한다. 이번 공천 시즌에는 서울 성북갑 지역 경선에서 패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유 의원은 경선 상대인 김영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투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며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재경선을 요구하는 단식에 돌입했다. 유 의원은 김 전 비서관 측이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도록 조사방법을 조작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 됐던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4일 오후 경선에서 승리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한호 기자
◇가끔은 탈락자가 부활하기도

대부분의 경우 단식투쟁을 하든 몸싸움을 벌이든 공천 결과가 번복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 예외적인 일도 발생하는데, 공천 ‘컷오프’ 당한 후 구제된 데 이어 24일 최종 경선에서 승리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와 같은 경우다. 민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을에는 당초 민현주 전 의원이 단수 공천됐지만 민 의원이 이에 불복하면서 결국 경선까지 이어졌다. 이날 민 의원은 공천 탈락 후 부활한 승리자답게 해맑게 웃으며 국회를 나섰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