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무너지는 스포츠 현장] <1>프로스포츠 협력업체 비상 
굳게 닫혀 있는 잠실학생체육관. KBL 제공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모든 일이 끊긴 건 처음이에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구단의 이벤트 진행을 맡고 있는 정현우 MC는 두 달째 일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겨울 스포츠가 모두 중단되며 일 할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경기 별로 수당을 받다 보니 아무런 수입 없이 버텨야 한다. 정씨는 “어떤 응원단장은 택배 새벽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월세를 못내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관계자도 있다”며 혀를 찼다.

코로나19 확산에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일찍 문을 닫았다. 프로야구는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연기했고, 프로축구도 무기한 연기 상태다. 배구와 농구의 플레이오프와 야구, 축구의 개막이 겹치는 3월은 프로스포츠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1년 중 가장 바쁠 시기지만 올해는 모든 게 멈춰선 탓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두 달 간 그들의 수입은 ‘0’다.

정씨는 “무슨 사태가 터지면 가장 먼저 자르는 게 이벤트 행사”라며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하느라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선 끙끙 앓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 전자랜드 이벤트 담당 MC 정현우. KBL 제공

프로스포츠의 천국 미국은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구단 및 선수들이 리그 중단에 따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관련 업종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기부 행렬에 가담하고 있지만, 스포츠 산업이 취약한 국내 현실에선 이들을 위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치어리더 서현숙. 두산 제공

인기 치어리더 서현숙은 “대부분의 치어리더가 월급제가 아닌 일당제인데, 모든 경기가 멈춰서면서 사실상 일자리를 잃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3월이 가장 바쁜 달이라 항상 이 맘 때는 한 달에 1, 2번 쉬는 것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쉬거나 연습실만 오간다는 서현숙은 “언제 프로야구가 개막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너무 답답하다 싶을 때는 동네 한 바퀴 돌며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키움과 프로배구 대한항공ㆍKGC인삼공사, 핸드볼리그의 이벤트 대행 업체 RS ENT의 이장우 실장은 “배구, 핸드볼이 조기 종료됐다. 버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2월말부터 무관중 경기를 했고, 3월 한 달은 통째로 쉰다. 일용직인 장내아나운서와 치어리더가 피해를 많이 보고 있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수입은 없는데 직원들 월급은 지급해야 하니까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충체육관 청소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남자부 1위 우리카드, 여자부 2위 GS칼텍스의 ‘봄 배구’가 사라졌다. 우리카드의 청소대행을 맡고 있는 태동크린업 강경순 대표는 “머리 속이 멍하고 무력감마저 생긴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직원 분들의 무력감이 더 생길 것 같아 서비스 차원으로 거래업체 청소를 해드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 닫은 잠실야구장 상점. 이주현 인턴기자

좀처럼 개막 분위기가 나지 않는 프로야구 구단의 상품화 사업을 하는 업체도 매출 하락폭이 크다. 두산의 머천다이징 업체 위팬의 이성수 차장은 “현재 매출은 온라인이 전부인데, 그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 5분의 1정도 밖에 안 된다”면서 “3월말부터 4월 2주차까지가 연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대목이다. 이 때 재킷이나 후드 티셔츠가 많이 팔리는데, 전부 창고에 쌓여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39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진옥씨는 “야구 외에도 주경기장 행사가 있을 때 손님을 받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도 많이 취소돼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프로 단체에서 고정급을 받는 일부 심판과 달리 경기를 뛰어야만 수당을 받는 심판들은 무기한 연기된 개막에 지쳐가고 있다. 현역 K리그 심판 A씨는 “K리그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혔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중단돼 온라인에서 동영상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대체로 본업을 갖고 있는 ‘투잡’ 심판이 많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전업심판 도입을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망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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