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언론개혁이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지만 언론은 퇴보했다. 오히려 악성으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열린민주당 비례 4번 공천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의 변이다. 정치를 시작하는 이유로는 드문 경우다. 대변인 시절 그가 보수 매체들의 정부 비판 보도에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져 정정하고 정부 시책의 정당성을 알리려 노력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그가 생각하는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어림 짐작할 수 있다.
□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다. 반성할 점이 없지 않다. 언론이 퇴보했다기보다는 늘 하던 식대로 제자리에 멈춰선 바람에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앞서가는 사회나 독자와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꼴이다. 소비자 역시 입맛에 맞는 뉴스만 소비하는 경향이 심하지만, 검증된 정보를 꾸준히 생산해서 신뢰를 쌓는 매체를 보기가 쉽지 않다. 매체마다 정해진 논조에 따라, 기자의 친소관계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고 오도한다는 독자의 인식은 상당 부분 오해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랄 수도 없다.
□ 역설적이게도 이런 불신을 야기하는 데 김 전 대변인 같은 폴리널리스트가 일조했다. 그가 청와대로 가면서 한겨레신문 기자 시절 최순실 특종은 의심스러운 정파성으로 빛이 바랬다.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미래한국당 당선권 공천을 받은 순간, 그가 종편TV에서 정부ㆍ여당을 비판한 것이 정치 평론인지 구직 활동인지 의심스러워졌다. 그 외에 공천을 신청한 언론인이 한둘이 아니다. 강민석 현 대변인도 중앙일보에서 청와대로 직행했다. 전례가 너무 많아서인지 이젠 비판도 드물다.
□ 업의 특성상 공적이지만 대부분 민간 사기업인 언론사를 상대로 어떤 개혁을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어쨌거나 언론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공익에 봉사할 길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정치하는 기자’가 그 답이 될 수는 없다. 고지식한 기자들은 여전히 이해관계를 떠나 취재하고 정파성과 상관없이 보도한다. 정치 기사를 쓰다가 하루아침에 정치인이 되는 기자의 비윤리성에 여전히 분개한다. ‘폴리널리스트’보다는 이런 기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좀 더 나은 언론을 만들지 않겠는가.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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