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유럽 실업률 2, 3배 늘어날 수도” 
 美 주간 실업수당 200만명 예상도… 세계경제 장기침체 늪 빠질 우려 
22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노숙자와 실업자들이 무료 급식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선진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까지 휩쓸면서 전세계가 유례없는 실업대란을 겪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대규모 실업난은 미국 경제를 넘어 글로벌 경기까지 나락을 떨어뜨릴 대형 악재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풀어 경기추락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것도 실업대란이 지닌 폭발력 때문이다. 기업의 줄도산과 대량 해고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 수준을 넘어 장기 공황에 빠질 거란 우려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주요국 실업률 추이
 ◇“실업자 2,500만명도 낙관 전망” 

24일 외신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코로나19로 전세계 실업자가 2,500만명에 달할 거란 전망조차 낙관적인 수치”라고 우려했다. 앞서 ILO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실업자 수가 최대 2,50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지 불과 나흘만이었다.

이 국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세계 실업자가 2,200만명이었으니, 2,500만명은 ‘최악’이라 생각했지만, (추정 모델을 업데이트 하니) 이마저도 터무니 없이 낙관적인 수치였다”며 “유럽은 조만간 실업률이 2배, 3배 늘어날 각오를 해야 하고, 미국도 1,5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실업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3월 첫째 주 21만1,000명이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둘째 주 28만 1,000명으로 한 주 만에 30% 급증했다. 미국 당국의 의무휴업 명령 여파로 오는 26일 발표될 셋째 주 신청 건수는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골드만삭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실업자 신청건수 200만건은 역대 최대치였던 1982년 2차 오일쇼크 때(69만5,000건)의 3배에 육박한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휩쓸고 지나간 중국은 이미 대량실업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 1, 2월 두 달 사이에만 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월 도시 실업률도 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실업률 관리 목표(5.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유럽도 항공, 서비스, 제조업계 등 전 산업계로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고조되는 글로벌 실업대란 공포.
 ◇실업대란은 대공황 ‘방아쇠’ 

전 세계가 실업 증가에 특히 민감한 것은, 실업이 장기 불황의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소비로 이루어져,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분기 미국 실업률이 30%로 치솟을 수 있다”면서 동시에 “미국 GDP가 50%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9%를 넘어섰고,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기를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이후 미국이 5% 이하 실업률을 뜻하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까지는 무려 7년이 걸렸다.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을 경우 글로벌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실업자 수 증가가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서비스와 제조업이 주로 발달된 미국은 전체 일자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엇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직원의 3분의 2 가량을 일시 해고했으며 힐튼, 하얏트 등 다른 호텔업체도 대규모 정리 해고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자동차 등 미국 제조업계로도 정리해고 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돈 푸는 정책만으로는 실업대란 못 막아 

미국과 유럽 각국은 실업대란을 선제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풀어 소비심리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유통, 여행 서비스 관련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돈을 푸는 방식만으로 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태 장기화 시 여행, 서비스업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ㆍIT 업종으로도 불길이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 재무 상태가 건전한 기업들도 버티기 어려워 실업률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고용이 개선되기 어려워, 한번 실업대란이 발생하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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