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링크 임시 영안실로 활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 중인 스페인에서 노인들이 양로원이나 요양시설에 버려진 채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시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현지 텔레친코 방송 인터뷰에서 “전국 각지의 요양원을 방문한 특수부대가 완전히 방치된 채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을 발견했다”며 “심지어 일부 시설에서는 사망한 노인들이 침상에 그대로 누워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 감염을 두려워한 직원들이 이들을 버리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5,136명에 달하고, 이 중 2,3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 정부는 특히 노인 시설에서 사망자가 속출하자 군인을 투입, 방역 상태를 점검하던 중 이 같은 실태를 적발했다. 검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로블레스 장관은 “노인을 방치한 시설들에 대해 엄격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살바도르 일라 보건장관도 “요양원은 정부 방역정책의 절대 우선순위”라며 “감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호장비를 갖춘 장례식장 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신을 옮기지 말라는 게 스페인 보건당국의 지침이다. 그러나 최근 사망자가 급증해 스페인 곳곳의 장례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장시간 방치되는 시신들이 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지적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수도 마드리드에선 사망 후 시신 운구까지 최소 24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마드리드시는 아이스링크인 팔라시오 델 이엘로(얼음 궁전)를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한 임시 병원으로 개조된 이페마 콘퍼런스 센터와도 가깝다. 보건당국은 “시신 보존에 필요한 온도 조건을 고려해 아이스링크를 택했다”며 “시신 이송은 군부대가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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