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경제 활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 내년 예산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 수준의 재정 확장이 이어진다면 예산 규모는 55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경기 위축 여파로 세수 여건이 불투명해진 점은 ‘재량지출 10% 의무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확정했다. 각 부처가 이날 마련된 지침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 요구서를 작성해 5월 29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내년 총 지출 규모가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6.7% 증가한 546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편성되는 예산이 올해 본예산보다 7.4%만 증가하더라도 내년 예산 규모는 55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총 지출 증가율이 지난해(9.5%)와 올해(9.1%) 모두 9%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 증가율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재기를 지원하고, 균열이 생긴 분업체계(글로벌 밸류체인)에 대응한 생산기지, 수출시장 다변화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바이오헬스,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 보강, 감염병 등 사회재난 대응체계 고도화에도 집중 투자한다.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불확실한 세입여건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된다면 내년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여기다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4.1%까지 높아지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1.2%를 기록하는 등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경로보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각 부처에 재정지출 중 절반 수준인 재량지출 중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 할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된 예산은 중점 투자 분야의 새로운 사업이나 정책상 힘을 실어야 하는 사업에 보탠다. 기재부는 각 부처의 자발적 예산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부여하고, 자발적 구조조정 실적이 미흡할 경우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새로운 정책 수요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 재정지출과 함께 기존 예산을 최대한 절감할 필요성도 있다”며 “지난해에도 각 부처에 자율적 구조조정을 요청한 적 있지만 올해는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020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50조1,000억원) 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난 51조9,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 중 근로장려세제(EITC)를 포함한 근로자 지원이 22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재부는 올해로 일몰되는 비과세ㆍ감면 제도 중 정책목적이 달성되거나 실효성이 없는 제도는 원칙적으로 종료하거나 재설계를 검토하고, 신규 조세지출은 코로나19 대응 등 위기 극복이나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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