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포상공천’이 유행이냐.”
미래한국당이 23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공개하자 정치권에서는 뼈 있는 농담이 나왔다. 16번에 배치된 정운천(초선ㆍ전북 전주시을) 의원을 두고서다. 미래한국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그는 보수통합 이전인 지난달 14일 새로운보수당에서 ‘깜짝 이적’했다. 1분기 경상보조금(정당보조금)이 지급되는 날이었다. 정 의원의 합류로 미래한국당은 3억원 가량을 추가로 받았다. 당선 가능 의석을 25석으로 잡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의 포부를 감안하면 정 의원이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공천을 놓고 ‘당에 돈 벌어다 준 대가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역 의원이 비례대표 순번을 받지 않는 것은 최근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지역구 선거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소수자 등 사회 취약계층과 각 전문가 계층의 목소리를 의회 안에서 균형 있게 대변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게 비례대표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금배지를 달고 기득권이 된 의원 대부분은 그래서 다음 총선에선 지역구에 도전해 왔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도 이런 흐름에 거슬렀다. 국민의당은 지난 22일 민생당 탈당으로 최근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한 이태규 전 의원을 2번에, 권은희(재선ㆍ광주 광산을) 의원을 3번에 배치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두 의원은 안철수계로 묶여 있던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통합당 공천을 받기 위해 이적할 때 국민의당을 택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의원과 권 의원 공천은 그에 대한 보답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기로 한 만큼 이들 의원들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정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냈을 정도로 농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 놓고, 법 개정 당사자들이 비례 공천을 받는 것은 유권자들 눈에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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