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 현실화 가능성 커져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 측 한미 방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대표가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로 예고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사태를 앞두고 한미 간 실질적인 추가 협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현재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취하고 있다. 정 대사는 지난 17일 SMA 채결을 위한 7차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뒤 21일 귀국했다. 귀국 직후 정 대사는 외교부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근무 중이라고 한다. 외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직원들에 대해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린 상태다. 부득이하게 해외에 다녀온 경우 자가 격리를 취하도록 한 데 따라 정 대사를 비롯해 7차 회의 협상 팀 전원이 재택근무 중이다.
당시 회의에서 우리 대표단은 방위비 총액 문제에 앞서 주한미군 무급휴직 문제라도 먼저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본 협상 지연의 소지가 있다’는 명분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사령부는 4월 1일 전까지 SMA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가 없으면 전체 9,0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 가운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원에 대한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다소 시간이 있는 만큼 막판 합의 여지를 열어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자가 격리 중인 정 대사가 대면협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남은 일주일 간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다음달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 휴직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무급휴직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대책에 대해 "주한미군에서 근무를 하는 우리 국적 근무자들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보수가 지급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4월 1일까지 시간이 있으니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그 문제 포함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근로자들은 임금 지불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출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동맹의 숭고한 정신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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