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만 처벌해 징역 1년
새벽녘 술에 취해 귀가하는 여성의 집 앞까지 쫓아가 문을 열려고 시도한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윤종구)는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3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신림동 강간미수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공분을 일으킨 조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전 6시 24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술에 취해 집에 가는 여성을 뒤쫓아간 뒤 집에까지 들어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피해 여성이 원룸으로 들어간 직후 현관문이 닫히는 것을 막으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2, 3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거나 휴대폰으로 도어록을 비추면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집 안 침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현명한 대처가 없었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서도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엄벌 요구가 있다거나 공소제기 된 범죄 유형이 ‘성폭력범죄’라는 이유만으로 검사의 증명책임 정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간 범행을 향한 피고인의 직접적인 의도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에서 단지 ‘강간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는 쉽게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어 “다소 궁색한 면이 있지만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거나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피고인의 변명이 명백히 허위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도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와 복도에 들어갔을 때 이미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과 같이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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