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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 줄이기만 급급… “TK 코로나 중환자 치료 사실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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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 줄이기만 급급… “TK 코로나 중환자 치료 사실상 마비”

입력
2020.03.26 04:30
수정
2020.03.26 09: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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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중환자실의 민낯]

이송 결정 컨트롤타워 없고 음압시설 구급차 파악 안 돼

봉사 자원한 의료진 복귀 땐 내달 말 중환자실 문 닫을 판

신종 코로나 치료 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동산대병원 중환자실 모습.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신종 코로나 치료 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동산대병원 중환자실 모습.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대구ㆍ경북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 감소에만 열을 올릴 뿐 중환자 치료는 ‘컨트롤 타워’ 조차 구축하지 않고 민간에 떠넘기면서 정작 이들을 치료할 의료 인력과 장비 공백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여전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 중환자 치료와 관련해 하고 있는 일은 매일 정례 브리핑 때 간략하게 사망자 수 발표와 유감을 표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 사태가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9,137명 중 7,718명(25일 0시 기준)이 대구ㆍ경북에서 발생했다. 확진자 10명 중 8명 이상(84%)이 이곳에서 나오다 보니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확진자들도 가장 많다. 전체 사망자 126명 중 120명(95%)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부가 중환자 치료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ㆍ경북 중환자 치료의 ‘민낯’은 신종 코로나 치료 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동산병원 중환자실은 사실상 정부와 대구시가 아닌 민간학회와 민간단체의 손으로 꾸려져 왔다. 중환자실에 필요한 의료인력은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서울 등 수도권 대학병원의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6명과 중환자실 간호사 11명의 자원을 받아 대구 현장에 급파했다. 중환자실 시설과 장비는 보건의료 NGO 글로벌케어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갖췄다. 이렇게 동산병원에 만들어진 중환자실 병상은 20병상. 그나마 20병상도 가득 차 더 이상 중환자들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원대복귀’를 하면 중환자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중환자들을 치료했던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으면 4월말이 한계”라며 “동산병원이 무너지면 사실상 중환자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와 대구시에서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장에서 중환자들을 가까이서 돌보는 간호사들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자원봉사하는 간호사 50여 명 중 환자가 위급한 상태에 빠졌을 때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를 돌릴 수 있는 간호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다”며 “중환자실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 대부분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에 본인 병원으로 복귀하는데 중환자실 운영과 관련해 어떤 대책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여기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병원들을 설득해 현장에 달려온 이들”이라며 “서울 등 수도권 병원에서도 중환자실 간호사 수가 부족해 더 이상 이들이 지원해도 대구로 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중환자들을 간호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중환자들을 간호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컨트롤 타워 부재로 중환자 치료의 ‘골든 타임’마저 사라지고 있다.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중환자들을 치료한 전문의들은 원활한 병상가동과 치료극대화를 위해 이송이 가능한 환자를 선별, 서울 등 타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제형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고려대안산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대구 현장에서 중환자들을 치료한 결과,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달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이송이 불가능했다”며 “중환자 중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은 환자와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환자들을 미리 여기보다 시설이나 인력이 충분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데 이들 환자의 이송을 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환자를 보내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송에 필요한 구급차가 사실상 전무한 것도 문제다. 홍석경 교수는 “현재 대구에는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 등 2곳에 음압시설을 갖춘 구급차가 있지만 운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중증 감염병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려면 음압시설이 있어야 구급차 기사와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데 사실상 환자를 보낼 구급차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회에서 보건복지부 등에 우선적으로 전국 30여 개 의료기관에 있는 음압 구급차를 대구로 동원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답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에서 지난 19일 중환자 의료인력 확보 및 이송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사망률 감소를 위한 중환자 진료 전략’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에 제안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중환자 진료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곳이 없었다”며 “중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솔직히 이렇게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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