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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기커녕 식수도 없는 잠비아… 우물 하나라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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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기커녕 식수도 없는 잠비아… 우물 하나라도 더”

입력
2020.03.25 01: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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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부임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 대표

농촌 지역서 깨끗한 물 공급 활동에 전념

2012년 ‘굿 워터 프로젝트’ 기획 전문가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지부 대표가 지난 달 중순 방문한 총궤지역 음팡고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이 펌퍼질로 우물을 퍼올리자 손을 씻고 있다. 굿네이버스가 만들어 공급하는 우물은 현지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인다. 굿네이버스 제공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지부 대표가 지난 달 중순 방문한 총궤지역 음팡고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이 펌퍼질로 우물을 퍼올리자 손을 씻고 있다. 굿네이버스가 만들어 공급하는 우물은 현지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인다. 굿네이버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 씻을 비누를 지급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손 씻을 생활용수 없는 곳이 태반이라는 겁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의 이재웅(41) 아프리카 잠비아지부 대표는 잠비아의 물 부족 현상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채질 하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 남아프리카 한 가운데 위치한 잠비아에서는 최근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

방역은 고사하고 씻을 물조차 없는 잠비아. 며칠 전 ‘세계 물의 날’을 맞았지만, 전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19 사태로 그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유엔은 인구와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마시는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만난 이 대표는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탄소배출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그 피해는 결국 상수도 기반 시설이 없고 농사로 연명하는 가난한 국가들이 보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물 부족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잠비아 수도 루사카로 날아가 한국인 직원 3명, 현지직원 20명과 함께 잠비아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잠비아의 물 부족 문제는 사상 최악이었다.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인공저수지 카리바댐이 저수량은 전년 대비 3분의 2에 그쳤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85% 수준인 탓에 전기가 들어오는 날보다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았다. 또 강수량이 줄고 충분하지 않은 댐의 물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농사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 대표. 이 대표 제공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 대표. 이 대표 제공

자연스럽게 굿네이버스의 활동은 수자원, 특히 식수 확보에 집중된다. 이 대표는 “굿네이버스가 물 부족과 양질의 생활용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2012년부터 95개 마을에 110개의 우물을 팠다”며 “이를 통해 5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세프가 발간한 2019년 잠비아 농촌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식수접근성은 44%이다. 인구 절반 이상이 변변한 식수를 구하지 못 한다는 말이다.

굿네이버스의 이 같은 사업은 성금 모금을 통해 이뤄진다. 이 대표는 성금 모금과 식ㆍ생활수가 척박한 현장을 둘 다 경험한 식수지원 캠페인 실력자. 그는 “현장에 와서 보니 아프리카에서 우물의 가치를 기부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더 많은 우물을 만들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물 하나 파는 데 약 우리돈 500만원이 든다.

이 대표는 식수ㆍ생활용수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마을과 학교에 화장실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농촌 지역은 식수원이 지하수인데 이 지하수가 오염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잠비아 시골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웅덩이. ‘위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굿네이버스 제공
잠비아 시골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웅덩이. ‘위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잠비아지부 대표 임기는 4년. 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2년씩 두 차례 총 8년간 머물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땅이지만, 그는 8년 동안 자신의 몸을 잠비아에 묶어 놓기로 했다. “한국 복귀 전 모든 잠비아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게 꿈입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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