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임 이재웅 굿네이버스 잠비아 대표
농촌 지역서 깨끗한 물 공급 활동에 전념
2012년 ‘굿 워터 프로젝트’ 기획 전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 씻을 비누를 지급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손 씻을 생활용수 없는 곳이 태반이라는 겁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의 이재웅(41) 아프리카 잠비아지부 대표는 잠비아의 물 부족 현상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채질 하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 남아프리카 한 가운데 위치한 잠비아에서는 최근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
방역은 고사하고 씻을 물조차 없는 잠비아. 며칠 전 ‘세계 물의 날’을 맞았지만, 전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19 사태로 그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유엔은 인구와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마시는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만난 이 대표는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탄소배출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그 피해는 결국 상수도 기반 시설이 없고 농사로 연명하는 가난한 국가들이 보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물 부족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잠비아 수도 루사카로 날아가 한국인 직원 3명, 현지직원 20명과 함께 잠비아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잠비아의 물 부족 문제는 사상 최악이었다.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인공저수지 카리바댐이 저수량은 전년 대비 3분의 2에 그쳤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85% 수준인 탓에 전기가 들어오는 날보다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았다. 또 강수량이 줄고 충분하지 않은 댐의 물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농사를 더욱 어렵게 했다.
자연스럽게 굿네이버스의 활동은 수자원, 특히 식수 확보에 집중된다. 이 대표는 “굿네이버스가 물 부족과 양질의 생활용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2012년부터 95개 마을에 110개의 우물을 팠다”며 “이를 통해 5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세프가 발간한 2019년 잠비아 농촌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식수접근성은 44%이다. 인구 절반 이상이 변변한 식수를 구하지 못 한다는 말이다.
굿네이버스의 이 같은 사업은 성금 모금을 통해 이뤄진다. 이 대표는 성금 모금과 식ㆍ생활수가 척박한 현장을 둘 다 경험한 식수지원 캠페인 실력자. 그는 “현장에 와서 보니 아프리카에서 우물의 가치를 기부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더 많은 우물을 만들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물 하나 파는 데 약 우리돈 500만원이 든다.
이 대표는 식수ㆍ생활용수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마을과 학교에 화장실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농촌 지역은 식수원이 지하수인데 이 지하수가 오염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 잠비아지부 대표 임기는 4년. 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2년씩 두 차례 총 8년간 머물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땅이지만, 그는 8년 동안 자신의 몸을 잠비아에 묶어 놓기로 했다. “한국 복귀 전 모든 잠비아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게 꿈입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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