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회의장에 100여명 밀집
카메라가 향하는 쪽에 빽빽하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전 진압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나 관공서뿐 아니라 민간에서조차 사회적 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로서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권만은 유독 사회적 거리 두기와 거리가 멀다. 정치인들의 일상적 활동이나 여야 각 당의 회의 장면을 보면 사회적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거의 매일 아침 정당별 회의가 열린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정례 회의는 당 지도부는 물론 보좌진과 취재진까지 100여 명이 운집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보통 당 대표나 원내대표 등의 모두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양 옆으로 참석자들이 바짝 붙어 앉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이 뒤섞인다.
회의실 의자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회의 장면을 자세히 보면 상당수 좌석이 비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언론의 카메라가 위치한 쪽이다. 카메라 화면에 잡히는 쪽으로 참석자들이 치우치다 보니 한쪽은 텅 비고 다른 쪽은 좌우로 빽빽하게 붙어 앉는 기 현상이 벌어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국난을 극복하자는 국민적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23일 의원들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앉은 호주 상원의 회의 장면은 어떻게든 유권자 눈에 띄는 것이 더 중요한 우리 정치권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정치인의 역할이 추경안 통과만은 아닐 것이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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