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의 도시연서] ‘드라이브 스루’, 자동차가 만들어 낸 탁월한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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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의 도시연서] ‘드라이브 스루’, 자동차가 만들어 낸 탁월한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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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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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시 영천중학교 한 학부모가 19일 ‘드라이브 스루’로 담임교사가 전달하는 새 학기 교과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특성은 많은 도시 문제를 발생시켰다.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주택은 모자라며,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하수를 한 번에 배출한다. 그리고 전염병의 확산이 쉬워진다.

우리는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도와 시설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을 비웃는 재난은 주기적으로 도시를 찾아온다. 지금 우리는 재난의 한복판에 있다.

도시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출근 시간은 늦춰지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모임은 취소되고,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시민들은 우리 모두를 위해 서로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만남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중에는 ‘드라이브 스루’가 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 시스템은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접촉마저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 검사는 전 세계로 확산됨과 동시에 도서관 대출, 장난감 대여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농수산물 판매와 같은 경제 영역으로, 새마을 금고의 총회와 같은 사회적 모임으로 변주됐다. 이들 ‘드라이브 스루’의 목표는 자동차 안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에서 필요한 일들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촉이 두려운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집 현관문을 나와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해 차에 오른다. 승용차는 직장의 주차장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집에 올 때는 반대의 경로를 따른다. 운이 좋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 ‘자동차’는 효과적으로 시민 사이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

전염병의 시절 자동차의 대활약을 바라보며, 난 평범했던 시절의 도시 속 자동차가 떠올랐다. 그때도 ‘드라이브 스루’가 있었다. 지금은 우리의 ‘드라이브 스루’가 미국에 도입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시작됐다. 1947년에 이미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시초로 알려진 가게가 문을 열어 사람들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다.

45년 후, 1992년 부산 해운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문을 열었지만 그 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자동차에 탄 채로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급격히 늘었다. 2020년 현재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각각 252개와 238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차에서 내리지 않고 쉽게 햄버거와 커피를 살 수 있다.

위기를 맞은 요즘에서야 자동차를 통해 만남을 줄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일은 우리 도시에서 계속 되어왔다. 만남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평상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거리에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고속화도로에 접해 있는 교외의 아웃렛을 이용할 때, 도심 속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우리는 거리의 만남 없이 쇼핑몰에 도착한다. 쇼핑몰에 도착한 다음에서야 걷고, 사람들을 스친다. 이런 생활에서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송도와 청라, 혁신도시와 같이 최근 만들어진 신도시의 거리에는 오래된 도시에서보다 사람이 적다. 높은 빌딩과 그 사이의 여유 있는 녹지, 넓은 도로는 쾌적해 보이지만 걷기에 적합하지 않다. 신도시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만들어진다. 지도로 내려다보면 신도시 안에 알차게 들어 있는 도서관, 수영장 같은 공공시설과 다양한 상업시설의 접근성이 좋아 보이지만, 막상 그곳에 살면서 이용하려면 건물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자동차를 타야 하고, 거리는 한적하다.

일상의 거리는 자동차의 도시를 향해 갔지만, 사람들은 걷는 것을 좋아했다. 서울의 익선동과 인사동, 전주의 한옥마을, 대전의 소제동, 부산의 남포동, 광주 양림동 등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거리에는 차가 없거나 느리게 다녔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특성은 도시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우리가 도시에서 누리는 효용과 즐거움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도시의 장점은 단순히 사람이 많이 있다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서로 만나고 어우러져야 집적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 만남에는 목적이 있는 만남도 있지만, 우연한 만남도 있고, 스침도 있다. 동네를 걸으며 우연히 만나는 이웃과 친구, 길에서 일어나는 온갖 행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리의 상점은 자동차에서 내려야 만날 수 있다.

전염병의 시절, 우리는 자동차의 ‘단절의 기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가 ‘단절의 명수’임도 목도하고 있다. 이 시절을 잘 이겨내고 나면,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싶어 할까? 차 안에 계속 있고 싶을까? 그만 내리고 싶을까?

최성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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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의 도시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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