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윤주경· 2번 윤창현· 4번 이종성
통합당 영입파 7명 안정권 배치
“다른 당에 사천” 논란 불가피
미래한국당의 4ㆍ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결국 ‘미래통합당, 엄밀히 말하면 황교안 대표의 뜻대로’였다. 미래한국당은 ‘모회사’ 격인 통합당의 ‘하명 공천 지시’에 불복했다 제압 당한 지 나흘 만인 23일 새 명단을 발표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1번으로 밀었던 윤봉길 의사 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밀어내고 1번에 안착한 것을 비롯해 통합당이 요구한 인사들이 대거 당선 가능권(20번 전후)에 들었다. 황 대표의 ‘선택’을 받아 금배지를 달게 된 이들은 ‘친황교안 그룹’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한국당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사실상 파견한 원유철 대표 체제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원 대표는 20일 취임 직후 황 대표 특보 출신인 배규한 공관위원장을 인선했고, 사흘 만에 공천을 끝냈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은 23일 공관위가 작성한 공천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에서도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신중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는 속도전이었다.
비례대표 최종 명단은 ‘통합당 영입 인재의 전진 배치’로 요약된다. 윤주경 전 관장과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2번),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4번),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12번), 최승재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 대표(14번), 전주혜 변호사(15번),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19번) 등 황 대표가 영입한 7명이 20번 안쪽 순번을 받았다. 이들은 ‘미래한국당의 독립’을 도모하다 물러난 한선교 전 대표 때 작성된 1차 명단에선 모두 당선권 밖이었다.
한 전 대표 체제에서 당선권에 들었던 김정현 변호사(5번)와 유튜브 채널 ‘호밀밭의 우원재’ 운영자 우원재씨(8번) 신동호 전 MBC아나운서 국장(14번) 등은 아예 탈락했다. 조수진 전 논설위원과 한 전 대표가 영입한 김예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는 각각 5번과 11번을 받아 살아남았다.
통합당과 거친 마찰 끝에 나온 명단이 ‘황교안의 사람들’ 위주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사천(私薦), 그것도 남의 정당에 대한 사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대선을 바라보는 황 대표로서는 사천 비판이 일더라도 비례대표 공천을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미래한국당에서 당선되는 의원들은 향후 친황계로 묶여 황 대표의 대선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원유철 대표는 사천 논란에 대해 “철저히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드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 명단”이라며 “특정인의 관심이 반영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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