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맞서는 지자체들
“밤은 지나가고 환한 새벽 온다…(중략) 희망의 나라로….”
23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텐즈힐 1단지 아파트 내 놀이터. 세계적인 소프라노 성악가 박정원 한양대 교수와 제자 4명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서울 성동구와 성동문화재단이 마련한 이른바 ‘베란다 음악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에서 시민들이 베란다로 나와 함께 노래하면서 서로 위로하던 것에서 착안했다.
이날도 외출을 삼간 채 집안에 머무르던 아파트 주민들은 모처럼 창문을 열거나 베란다로 나와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오 솔레미오’, ‘청산에 살어리랏다’ 등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앙코르곡 ‘희망의 나라로’를 마지막으로 45분간 이어진 음악회는, 희망하는 관내 아파트단지를 돌며 열릴 예정이다. 박 교수팀뿐 아니라 성동구에 사는 가수 바다ㆍ인순이씨 등 10개팀이 준비 중이다.
다만 구는 전날 정부가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강화한 만큼 다음달 5일까지는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베란다에서 내려온 주민들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 같은 행사에 그만큼 목이 말랐다는 증거다.
성동문화재단 관계자는 “음악회가 열리는 동안 주변 가구 창문이 다 열리고,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지켜보는 집도 많았다”며 “예술은 시대를 치유한다는 말처럼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달 넘게 이어지면서 불안감, 우울감, 무력감 등 심리적 고립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른바 ‘마음 방역’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마음의 병인 탓이다.
경기 부천시와 부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코로나19와 개학 연기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전화 상담을 시작한다. 심리 지원 지침서와 함게 과자 등 간식, 손소독제 등 개인방역물품이 담겨있는 ‘마음 돌봄 럭키 박스’를 배송 준비도 마쳤다. 이달 말까지 13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배달될 예정이다. 백진현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느슨해진 인간관계에 심리적 불편을 겪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잠시나마 사회와의 연결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TV, 신문, 휴대폰을 열었다 하면 넘쳐나는 코로나19 소식들. 이 때문에 지치고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도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시민들이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홈페이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등을 통해 23일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검단선사박물관을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3D 박물관과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손 소독제 등을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 등이다. 송필근을 비롯한 개그맨 5명으로 구성된 인천시 홍보대사 ‘필근아 소극장팀’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담아 만든 코믹영상도 제공한다.
서울 강남구는 개학 연기로 갈 곳 없어진 청소년을 위해 25일 ‘케이팝 스타들의 댄스 배우기’ 동영상을 제작ㆍ배포한다. 노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국선도ㆍ라인댄스 등 10가지 홈트레이닝 영상도 27일부터 강남구도시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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