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제 감독이 '킹덤2'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 tvN ‘방법’과 넷플릭스 ‘킹덤2’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감독이 내놓은 공포물이라는 점이다. ‘방법’은 영화 ‘부산행’과 ‘염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극본에 김용완(영화 ‘챔피언’) 감독이 현장을 지휘했다. ‘킹덤2’는 1회는 김성훈(‘끝까지 간다’ ‘터널’ 등) 감독이, 2~6회는 박인제(‘모비딕’ ‘특별시민’) 감독이 메가폰을 각각 잡았다. ‘방법’은 지난 17일 시청률 6.7%(닐슨코리아 집계)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고, ‘킹덤2’는 “‘워킹 데드’(미국 유명 좀비 드라마 시리즈)를 능가한다”(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평가 등 대체로 호평 받고 있다.

‘방법’과 ‘킹덤2’가 끝이 아니다. 영화감독들이 실력을 발휘할 드라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황동혁(‘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감독은 ‘오징어 게임’(주연 이정재, 박해수)을, 이경미(‘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주연 정유미, 남주혁)을 연출 중이다. 김성호(‘거울 속으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 감독은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주연 이제훈, 탕상준)의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세 드라마 모두 넷플릭스 투자로 만들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대항마를 자처하는 웨이브는 MBC, 한국감독조합과 손잡고 8부작 단막극 시리즈인 ‘SF 8’을 선보인다. 민규동(‘내 아내의 비밀’ ‘허스토리’), 오기환(‘작업의 정석’ ‘패션왕’ 등), 노덕(‘연예의 온도’ ‘특종: 량첸 살인기’ 등), 장철수(‘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 안국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윤정(‘나를 잊지 말아요’), 한가람(‘아워바디’), 김의석(‘죄 많은 소녀’) 감독이 참여한다. 감독 8명이 단막극 1편씩을 연출해 7월 웨이브에서 한달 간 독점 공개한 후 8월 MBC에서 1편씩 방영한다.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도 여러 감독들이 참여하는 단막극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윤종빈(‘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 감독은 400억원을 들여 마약왕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수리남’ 제작을 추진 중이다.

황동혁(왼쪽부터) 감독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경미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 김성호 감독은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를 각각 넷플릭스와 만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넘버쓰리 픽쳐스 제공

감독들의 드라마 연출 바람은 넷플릭스발 영상산업 재편의 영향이 크다. 넷플릭스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선도하며 국내 영상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일으키면서 감독들의 드라마 제작 기회가 늘었다. 영상산업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화사와 드라마 제작사의 경계가 사라지기도 했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는 KBS2 ‘태양의 후예’와 JTBC ‘보좌관’ 등을 제작했고, 또 다른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첫 드라마fh JTBC ‘이태원 클라쓰’를 최근 선보였다. ‘오징어 게임’(제작 싸이런픽쳐스)과 ‘무브 투 헤븐’(제작 페이지원필름ㆍ넘버쓰리 픽쳐스)도 영화사가 제작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 기술의 차이가 사실상 사라진 점도 양쪽의 만남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킹덤2’의 박인제 감독은 “전체적으로 볼 때 연출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크게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영화 작업을 주로 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촬영 현장에서 마이클 새넌(오른쪽) 등 배우들에게 연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왓챠 제공

박찬욱 감독이 영국 공영방송 BBC와 손잡고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등을 만드는 등 국내외 유명 감독의 드라마 연출 사례가 늘면서 드라마에 대한 국내 감독들의 선입견도 사라졌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높은 제작비에 영화보다 더 많은 편 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감독들의 드라마 행이 늘고 있다”며 “무엇보다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작비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감독들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감독 등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창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콘텐츠 조회건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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