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 對이란 제재망 피할 지원 방안 논의 중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국 병원장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ㆍ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요청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망을 피해 이란 측에 인도적 물품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달 중순쯤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방역 물품이 부족한 상황과 관련,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서한에는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방역 용품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는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보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 뒤 양국 관계는 더욱 소원해진 상황이다. 로하니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이란 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부 역시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망을 어떻게 피할 지가 관건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미국도 기본적으로는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디테일을 조율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측은 ‘스위스 메커니즘(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ㆍSHTA)’을 통한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스위스 메커니즘은 지난 1월 스위스가 이란에 의약품을 수출했던 방법으로 이란과의 거래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재무부가 보증하는 대신 거래 과정을 물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외교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고위 당국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호응”이라며 “이게 있어야 남북 간이든 한미 간이든 협의가 가능할 텐데, 북한에서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지원에 우리는 열려있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