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파생된 국내 ‘마스크 대란’은 여전합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주중이나 주말에도 약국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처지죠. 기습적으로 뜨는 온라인쇼핑몰의 마스크 판매 버튼을 누르기 위해 하루 종일 노트북 등의 ‘새로고침’을 눌러주는 수고스러움은 기본입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모습이죠.
최근엔 이토록 어렵게 사수한 마스크를 지켜내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주부 이성숙(가명)씨는 얼마 전 온라인몰에서 초등학생 딸을 위해 초소형 마스크를 힘들게 구매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품절되다 보니, 마스크 구매를 위해선 주어진 시간내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구매했다고 해도 안심할 순 없습니다. 무사히 배송돼 내 손 안에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죠.
이씨는 마스크 구매를 성공한 이후 온라인몰에 한 가지를 요청했습니다. “배송할 때 박스 겉에 물품명은 쓰지 말아 달라”는 메모를 남긴 것이죠. 마스크를 주문했다가 배송 과정에서 받지 못했다는 주변인들의 사연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배송이 보급돼 집 앞에 두고 가는 사례가 늘면서 분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씨는 “힘들게 구입한 마스크를 쉽게 잃어버릴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합니다.
웃지 못할 광경은 마스크 관련 정보를 지키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감지됩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평소의 3~4배의 가입신청이 들어왔다”며 “당분간 더 이상의 신규 가입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를 파는 온라인몰이나, 약국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왔습니다. 마스크 판매 온라인몰 주소를 링크하거나, 인근 지역 약국의 마스크 판매 현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즉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요.
하지만 상부상조의 목적이 아닌 정보만 빼돌려 다른 곳에 공지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지요. 커뮤니티 입장에선 가입자들의 소중한 정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외부에 노출되니 단속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뒤숭숭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여전히 구하기 힘든 품목입니다. 저렴한 공적 마스크 구입 물량은 아직도 일주일에 2개 뿐입니다. 구하는 것도 힘든 마당에 이것을 지켜내야 하다니, 코로나19의 악몽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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