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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증시 폭락에 반대매매 자제하라더니… 금융위 “20일 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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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증시 폭락에 반대매매 자제하라더니… 금융위 “20일 후부터”

입력
2020.03.2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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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의 ‘반대매매’ 자제를 당부했지만 ‘말뿐인 대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매매를 줄이려면 투자자와의 약관을 변경하고 20일이 지나야 적용이 가능한데 정작 이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당장 효과를 기대하고 내놓은 정책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증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증권사 반대매매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방안을 발표했다.

반대매매란 고객이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고 약정한 기간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폭락장에서 쏟아진 반대매매는 일평균 120억~130억원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했고, 이 같은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자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을 막기 위해 반대매매에 나서는 담보비율(통상140~170%)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실상 증권사들에게 반대매매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국의 방침이 효과를 보려면 약관 변경 조건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대매매 의무비율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적용하려면 약관 수정이 필수적인데, ‘바뀐 약관은 수정 이후 20일이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조건이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위는 증권사와 고객간의 계약을 다루는 부분이라 약관 변경 조건을 면제해주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당국이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반대매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 대책을 발표한 13일 218억원에서 19일엔 26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0월(184억 4,600만원) 이후 11년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증권사들 중에는 NH투자증권이나 하나금융투자 정도만 사전에 동의하거나 요청하는 일부 고객에 한해 하루 정도 반대매매를 유예해주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약관 조건 면제 등 증권사에게 면책 카드가 주어지지 않으면 애초에 작동하기 힘든 대책이었다”며 “약관 변경은 증권사 입장에선 최소한의 보험이고, 정책 효과를 위해선 즉시 적용이 필요한데 20일을 기다리라고 하면 어떤 증권사가 이런 위험을 부담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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