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안무가 리아킴은 "나만의 감성을 담은 작품도 만들고 싶지만, 한편으론 '마카레나'처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춤도 추고 싶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유튜브 구독자 수 2,000만명, 채널 콘텐츠 누적 조회수 49억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K팝 월드스타나 SM 빅히트 JYP YG 같은 기획사 정도는 돼야 이룰 법한 성과를 낸 주인공은 안무가 리아킴(36ㆍ본명 김혜랑)의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다. K팝 그룹을 빼면 국내에선 키즈채널 ‘보람튜브’(2,400만명)에 이은 2위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리아킴은 “처음에는 100만명을 목표로 삼고 원밀리언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벌써 1,990만명이나 돼 이름을 원빌리언(10억)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1,990만명이었던 구독자는 며칠 사이 10만명이 늘어 2,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과거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무를 짜는 사람 정도였지만 이젠 방송 출연도 많이 하게 되고 광고도 찍는 등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구독자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1년 사이 책도 두 권이나 냈다.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나의 까만 단발머리’가 평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은 것이었다면, 최근 낸 포토북 ‘리얼리티, 노 리얼리티’는 그간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해낸 책이다. 지금까지 현실에서 보여줬던 춤과 이미지를 담은 ‘리얼리티’, 언젠가 안무와 영상으로 만들고자 했던 아이디어를 형상화한 ‘노 리얼리티’로 구성했는데 리아킴은 단지 춤만이 아니라 패션 메이크업 사진 모두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리아킴은 K팝의 한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았던 안무를 독자적인 장르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춤에는 파핀, 힙합, 재즈 댄스, 현대무용 등 다양한 요소가 파도 치듯 격렬하게 충돌하며 뒤섞인다. 그와 원밀리언 동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홀린 듯 한국으로 넘어와 한 수 배우고 간 외국인 수강생 수만 해도 무려 2만여명.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한 수강생은 그의 춤 영상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 원밀리언에서 수업을 받으며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리아킴은 “누군가 내 춤을 통해 삶에서 희망을 얻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공동대표이자 수석안무가인 리아킴이 즉흥적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각종 세계 댄스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SM JYP YG 등 내로라하는 K팝 기획사에서 수많은 아이돌 그룹에게 춤을 가르쳤으며, 마마무 선미 등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짠, 최고의 춤꾼이었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춤을 시작하기 전엔 거의 최악이었어요. 사회성 부족하고 소극적이며 고집만 센 ‘찌질한 왕따’였죠. 전학을 자주 다니면서 공부에도 흥미를 잃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삶이 바뀌었죠.”

아이러니하게도 36년 인생의 바닥은, 세계 최고의 춤꾼이 된 뒤 찾아왔다. “3대 기획사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며 ‘잘 나가고’ 있던 때였으니 그게 무슨 바닥이냐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은 거예요. 내가 최고인데…. 그게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피해망상에 휩싸인, 현실을 부정하는 성격 장애로 보일 정도였어요. 내려갈 일만 남은 인생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하는 마음에 산에 가서 비구니가 되자 생각하기도 했죠.”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댄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작게 시작했으나 지금은 60여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안무 기획사가 됐다. 리아킴은 이제 수직으로 올라가는 삶이 아닌 수평으로 넓어지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예술가로서, 사업가로서 보다 폭넓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춤꾼으로서 목표는 좀 뜻밖이다 그는 “우선 ‘마카레나’ ‘강남스타일’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춤을 추고 싶고, 또 하나는 내 내면의 감정과 감성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며 “대중과 소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춤’을 즐기는 안무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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