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단, 佛박물관서 2종 필사본 발견 
프랑스인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내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에 빼앗긴 ‘조선왕조의궤’(朝鮮王朝儀軌)가 프랑스인이 베껴 쓴 필사본 형태로 프랑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최근 프랑스 국립 기메동양박물관 도서관에서 진행한 자료 조사 과정에서 프랑스인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와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 등 조선왕조의궤 2종의 사본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의궤는 왕실과 국가의 중요 행사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정리해 놓은 기록물이다. 의궤가 600여년 동안 꾸준히 축적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조선왕조뿐이어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책 크기는 가로 21.5㎝, 세로 31.4㎝인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와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는 각각 10, 6책으로 구성됐다. 두 의궤에는 1849년 승하한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과 1843년 세상을 떠난 헌종비 효현왕후 국장 의식이 기록돼 있다.

필사본은 슈발리에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를 보고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단의 추정이다. 외규장각 의궤는 영구 대여 형식으로 2011년 사실상 반환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두 사본을 보면 그림은 색연필로 그려져 있고 글의 경우 프랑스어와 한자로 적혀 있다. 가령 ‘헌종’(憲宗)과 나란히 ‘Hen Tjong’, ‘Huin Tsong’이라 써 놓는 식으로 한자 옆에 알파벳으로 발음을 쓰거나 프랑스어를 병기했다.

필사 작업은 1899~1906년 이뤄진 것 같다는 게 재단 분석이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두 번째 책 내부에 ‘1899’라는 숫자가, 각권 표지 오른쪽 하단에는 필사자의 이름(H. Chevalier)과 ‘1906’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두 의궤 모두 원본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기는 하지만, 120년 전 프랑스인이 필사한 사본이 발견되고, 그 실체가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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