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정부, 75개 지역 가동중단 명령
현대차 포스코 LG전자도 생산중단
13억8,000만명의 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산시설을 멈춰 세웠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인도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 시장에 대규모 공장이 포진돼 있고, 경쟁 국가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만큼 셧다운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75개 지역 내 전 사업장에 가동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현지 한국 기업의 공장들도 이날부터 대부분 생산을 멈췄다.
인도 수도 뉴델리 위성도시 노이다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의 경우, 주정부 지침에 따라 25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삼성전자의 해외 스마트폰 공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가운데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2007년부터 노이다 공장에서 휴대폰을 생산해온 삼성전자는 최근 7억달러(약 9,000억원)를 투자, 기존 시설을 2배로 확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후 인도 정부 방침에 따라 가동 중단이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이다 공장의 셧다운으로, 삼성전자의 현지 시장 공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억5,8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현지에서 21% 시장점유율로 중국 업체인 샤오미(2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LG전자도 인도 노이다와 푸네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가전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 정부의 지침에 따라 두 지역 공장은 각각 이달 말까지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델리와 푸네 지역의 가공센터를, 현대제철은 타밀나두주 코일공장과 강관제조공장을 각각 31일까지 멈춰 세운다. 푸네 인근에 자리 잡은 포스코의 자동차ㆍ가전용 용융 아연도금강판 공장은 생산 감축에 들어갔고, 셧다운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지 한국인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에 있으며 인도 정부의 지침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22일부터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연간 7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첸나이 공장은 현지 모델인 크레타와 베뉴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직원 안전 보호와 정부 방침 준수를 위해 31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공장 가동 중단에도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수리ㆍ소모품 보증 기간을 2개월 연장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미국 앨라배마(현대차)ㆍ조지아(기아차) 공장의 생산을 18일부터 멈췄고 유럽의 체코(현대차)ㆍ슬로바키아(기아차) 공장도 이날부터 2주간 각각 가동 중단한 상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시설 가운데 정상 가동 중인 지역은 터키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대차가 신차 출시로 시장 침체를 극복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 등 각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만족스런 판매량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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