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 이사 인터뷰
17일 서울 마포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사무실에서 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이사가 코로나 19사태로 촉발된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재난은 예측이 어려웠다면, 저성장과 인공지능(AI)시대 자동화로 인한 ‘고용 제로’ 시대에서 경제재난은 일상이 됩니다. 기본소득은 일상의 경제재난을 헤쳐나갈 길잡이가 될 겁니다.”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이사를 맡고 있는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주목하고 있다. 기본소득 전면 도입으로 가는, 중대한 실험이 될 거라 봐서다.

금 소장은 2007년 한국에 기본소득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최근 13년 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동아시아 발행)’란 책을 냈다. 기본소득은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보편성)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무조건성), 지속적으로(정기성) 현금을 주는 제도다. 부자들에게까지 돈을 주라는 얘기냐, 라는 반문은 오해와 편견의 진앙지다.

일단 그냥 주자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선별의 어려움이다. 일 하지 않는 기초수급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차상위계층에서 불공정하다고 반발한다. 일을 하고도 소득이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차상위계층도 포함시키면, 그 위 차차상위계층에서 또 불만을 품게 된다. 모두가 ‘왜 나는 안 주냐’고 달려드는 형국. 이는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기본소득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부자들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주려 하면 당연히 부자들로부터 걷는 세 부담이 더 커진다. 차라리 부자에게 기본소득을 줘버리는 게 분배 기능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게 금 소장의 설명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면서 고소득층도 일단 주고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건 그 맥락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금 소장은 ‘공통부(Common Wealth)’ 개념을 제시했다. 공통부는 미국의 정치사상가 토머스 페인이 제시한 것으로 지구상 모든 자원의 주인은 전 인류이기에, 자원의 사용가치 또한 전 인류에게 똑같이 배분하라는 아이디어다. 디지털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의 자본이랄 수 있는 빅데이터는, 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산한 것이기에 디지털 시대에도 공통부 논리는 유효하다.

구체적으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이 공통부를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 세금을 만들거나, 각국 기업에 공유지분을 줘 데이터기금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꿈 같은 얘기가 아니다.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논의 중인 방안이다. 국내적으로는 기본소득세, 토지보유세 등을 신설,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 있다. 관건은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성공하느냐다.

금 소장은 기본소득이 진보ㆍ보수 이분법을 넘어선 문제라 강조했다. 보수 우파에서도 이미 기본소득 모델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가 기본소득 찬성 입장을 밝힌 건 감세 카드로는 경기 부양이 어렵다는 걸 인정한 것 아니겠어요? 이제 기본소득을 할지 말지를 넘어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복지수준을 후퇴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설계를 해야 할 지로 가야 합니다. 기본소득은 복지와 경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사회계약인 셈이지요. 우리도 실천으로 검증해볼 때가 됐어요.”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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