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박사가 사망한 다음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 중심병원 로비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놓인 초상화와 국화. 우한=EPA 연합뉴스

3월 19일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린 ‘휘슬러’ 리원량(李文亮)이 공식 신원(伸冤)되었다. 국가감찰위원회 현지 조사팀은 훈계서(訓誡書) 조치 철회, 관련자 문책, 처리 결과 즉각 발표를 촉구했다.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 특성상 당국이 조치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시정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훼손하고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은 울림이 컸다. 그는 당국이 부당 조치를 인정하기 전부터 당국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만들어진 ‘영웅’이었다. 중국 역사에서 인민은 늘 계몽, 교육, 통제, 관리, 동원의 대상이었다. 신문화운동 시기에는 계몽과 교육의 대상이었다. 사회주의 혁명 시기, 신중국 시기에는 경제 건설을 위한 통제, 관리, 동원의 대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이 당국의 필요성에 따라 ‘영웅’으로 선전되었다. 그들이 인민 개개인의 마음속에서도 ‘영웅’인지는 불분명하다. 당국이 강조하는 ‘영웅’은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처럼 외워서 체화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젊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은 인민에게 이른바 ‘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라 인민 스스로 추존한 ‘영웅’의 모습으로 인민의 마음속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종

사스 퇴치의 영웅 중난산(鐘南山) 중국과학원 원사도 BBC와 인터뷰에서 리원량을 ‘영웅’으로 평가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凯) 주미대사도 미국 CBS 관계자와 인터뷰에서 그를 ‘좋은 의사’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민심은 전문가나 고위 관료의 마음도 움직이게 했다. 중국 당국도 리원량을 비롯하여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희생된 34명의 의료진을 표창하여 민심의 움직임에 조응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당국은 인민의 움직임에 다시 주목했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는 위로부터의 동원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견인이라는 점에서 중국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당국이 리원량을 ‘좋은 사람’ ‘좋은 의사’ ‘좋은 당원’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코로나19 과정 초기에 중국 당국은 경직성, 불투명성, 언론차단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민심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당국은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민심의 변화에 조응하는 당국의 저강도 접근과 접근 방식의 유연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당국의 지도력 훼손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내부 이탈의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현재 물적, 인적 자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당국이 지도력을 잃으면 중국의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인민의 신앙도 여전하다. 그러나 리원량 사망에 따른 자연발생적이고 자율적인 추도 분위기는 인민의 마음속에 ‘영웅’을 만들어냈다. 당국도 이를 완전히 불온시하지 않고 체제 내화(內化)하고 있다. 리원량의 ‘신원’이 일종의 유연 전략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리원량은 자신의 SNS에 “건강한 사회는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가 보장되는 민주적 소양에 기초한 자발적 참여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중국 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분명 담대한 변화를 보일 것이다. 민심에 기반을 둔 사회 변화는 당국에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리원량의 죽음을 둘러싼 민심의 변화와 당국의 대응에서 민심이 반영된 사회 거버넌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중국 사회가 한층 더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로 진화하길 기대해본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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