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을 찾아내 문명사적 가치를 세계에 알린 재불 역사학자 박병선. 2011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 기자회견 당시 사진. 연합뉴스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ᆞ직지)은 인간 본성은 그 자체로 청정해서 그 마음을 바르게 지니고자 수행하면 불성을 얻어 스스로 법신(法身ㆍ부처)이 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다. 고려 공민왕 때의 대덕 백운화상이 익힌 그 가르침을, 그가 입적하고 3년 뒤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 출간한 초인본(初印本)이 우리가 더러 듣고 말하는,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다. 그 전설적 존재의 실체를 처음 확인하고, 문명사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세상에 알린 재불 역사학자가 박병선(朴炳善, 1923.3.25~2011.11.22)이다.

1950년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박병선은 프랑스인 가톨릭 수녀들의 주선으로 6ㆍ25전쟁 직후인 55년 민간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 파리7대학 소르본에서 종교사를 전공(석ㆍ박사)한 뒤 1967년부터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했다. 유학 전 대학 은사인 사학자 이병도로부터 병인양요(1886년)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儀軌)를 찾아보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파리의 도서관과 고서점 등을 틈날 때마다 일삼아 찾아 다닌 끝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분관 창고에서 직지를 발견,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출품했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3년 앞선 세계 최고 금속 활자본이 그렇게 세상에 소개됐고, 양요로 빼앗긴 조선의 의식 기록 문서인 외규장각 도서 279권의 존재 역시 한국에 알렸다. 한국의 유물 반환 운동이 그 일을 계기로 불붙었다. 그 탓에 그는 1979년 국립도서관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지만, 그와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덕에 해당 유물은 2011년 5월 고국으로 돌아왔다.

박병선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이후로도 재불 독립운동가의 발자취 등을 연구했다. 그는 구한말 한국과 일본에 주재한 프랑스 외교관들이 본국에 보낸 공문서 등 1만5,000쪽 분량의 한국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한국의 인쇄사’ ‘한국의 무속사’ 등 여러 저서로 한국의 역사를 유럽에 알렸다. 그는 항년 88세로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고,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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