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럽 맨] <2>전북 클럽하우스 세탁ㆍ미화 15년차 임진욱씨
#K리그는 팬들과 접점인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구단이 운영되는 데 없어선 안 될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아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가운데도 한 자리에 오랜 시간 머물며 K리그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원 클럽 맨’들의 삶과 보람을 전합니다.
Figure 1전북현대 클럽하우스 지원팀 직원 임진욱씨가 23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전북현대 제공

지난해 K리그1(1부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우승으로 가슴에 7번째 별(7회 우승)을 달게 된 전북 현대의 숨은 자랑거리는 지난 2013년 완주군 봉동에 지은 클럽하우스다. 이 곳에 가본 이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습장 등 훈련시설은 물론, 특급호텔 수준으로 유지되는 청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국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전북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잔병치레는 최소화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세탁과 미화를 담당하는 ‘어벤져스 이모 군단’은 선수들의 무한 신뢰를 받는다. 올해로 15년째 전북 숙소에서 근무하며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운동복ㆍ침구 세탁 등을 맡고 있는 임진욱(56)씨는 2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자부심’을 강조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지원스태프 모두 팀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선수들을 뒷바라지 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씨는 “우리는 선수들의 일과가 시작되면 연습장은 물론 치료실, 웨이트 시설, 라커 등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며 “이건 오랜 시간 지속된 선수들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특히 주의하는 부분은 보안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진 일, 듣게 된 말, 선수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단다. 그는 “온 가족이 전북 팬이지만 가족들 앞에서도 말을 아낀다”고 했다.

그가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어쩌면 ‘전북 덕후’ 딸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던 딸을 따라 종종 전북 홈 경기를 찾았는데, 2006년 구단 숙소에서 세탁 담당 직원을 뽑는다는 얘길 듣고 고민 없이 지원해 합격했다. 관심사를 직업으로 삼는 이를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일컫는다면, 임씨는 ‘성덕엄마(성공한 ‘덕후의 엄마’)쯤인 셈이다.

전북현대 클럽하우스 지원팀 직원 임진욱씨가 23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활짝 웃고있다. 전북현대 제공

임씨가 입사할 때만 해도 전북은 명문 팀과 거리가 멀었다. 팀은 중위권과 하위권을 전전했고, 변변한 스타 선수 영입도 드물었다. 숙소 환경도 마찬가지다. 임씨는 “클럽하우스가 생기기 전까지 선수들은 봉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직원숙소의 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유니폼도 선수들이 직접 세탁해 입었던 시절”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임씨의 입사 이후 비로소 ‘빨래지옥’에서 탈출했고, 그리고 3년 뒤인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2013년 클럽하우스 입성이다. “흡사 셋방살이 하다가 대궐 같은 내 집을 얻어 들어 온 기분이었다”며 당시 기분을 떠올린 임씨는 “일은 더 신났고, 선수들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마음이 닿았는지 전북은 클럽하우스 입주 이후 치러진 6시즌 동안 무려 5차례나 우승을 더 거뒀다.

전북에서 뛰던 재작년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재성. 프로축구연맹 제공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선수로는 이재성(28ㆍ홀슈타인 킬)을 꼽았다. 임씨는 “재작년 유럽 무대 진출을 확정한 뒤 내게 작별 인사를 못했다며 클럽하우스를 4,5번 찾아왔다고 한다”며 “기어코 내 얼굴을 보고는 꼭 안아주고 가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성을)어딜 가든 응원하겠지만, 나중엔 전북에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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