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되지만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나왔어요."
낮 기온이 15도를 웃돈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러 나온 가족 및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제시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무색할 정도였다. 정부에서 종교ㆍ체육시설 및 유흥업소의 일시 운영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식당 및 카페나 야외 야외 체육시설은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어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말 나들이객이 붐비면서 연남동 일대 식당이나 카페는 모처럼 만에 특수를 만난 분위기였다. 외출한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일부 유명 식당이나 카페 앞에는 대기 줄까지 생길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연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이번 달 내내 장사가 어려웠는데 이번 주말은 그래도 손님이 좀 몰린 것 같다”며 “방역과 소독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손님을 받았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망원시장에도 모처럼 식당과 카페에 손님들이 들어찼다. 이날 망원시장 찾은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주 주말만 해도 망원시장 인근이 썰렁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 그런지 나들이 인파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강 고수부지의 농구장, 족구장 등 체육시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강 일대에서 진행되는 문화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장소 대관도 제한했지만 일부 동호회는 그 동안 자제했던 야외활동을 밀어붙였다. 한강 산책로에는 자전거 행렬이 이어졌다. 성수동 한강공원에 자전거를 타러 나온 이모(23)씨는 "아무래도 실내보다는 야외가 안전할 것 같아 나왔다”며 “봄기운이 보다 완연해지면 더 많은 인파가 나올 텐데 거리두기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 동안 미뤄왔던 동호회 모임들도 다시 추진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서는 사진 동호회 출사 모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15명 가량의 동호회 회원들이 마스크를 쓴 챈 거리 구석 구석을 촬영하고 다녔다. 모임에 참가한 직장인 A씨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나오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나왔다”며 “불안하긴 하지만 실내 활동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도심 관광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명동에는 평소 거리 한복판에 설치돼 있었던 노점상까지도 모두 철수했다. 명동거리의 화장품 상점 직원은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몇 주째 한 명도 없다"고 호소했다.
보다 강력한 운영 중단 지침이 내려온 종교ㆍ체육시설 및 유흥업소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경우엔,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자율적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가 20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클럽과 감성주점들도 정부 방침을 받아들여 다시 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학원 등 실내 체육시설도 또 다시 개강일정을 연기했다. 소셜댄스 학원 강사 최모(30)씨는 " 두 달 가까이 영업을 중단한 터라 타격이 심각하다"면서도 "마스크 끼고 수업을 할 수 있지만 정부에서 무도장을 포함한 체육시설 운영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만큼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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