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 빼돌려 라임 재투자 계획… 은행과 공정위가 제동 걸어 실패
1조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부른 라임운용자산 일당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상조회 자금을 빼돌려 부실에 빠진 라임에 재투자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향군 상조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원비 3,000억원을 빼돌리려던 일당의 계획은 시중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전주’ 역할을 한 김모(47)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재향군인회인수컨소시엄’은 올해 1월 향군 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했다.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컨소시엄이 상조회 자금을 라임 정상화에 활용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장모씨가 지난해 피해자와 나눈 녹취록에는 “회장님(김 회장)이 향군 상조회를 인수해 라임 정상화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겨 있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컨소시엄 일당은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뒤 계획대로 회원들이 모아둔 회원비(선수금) 인출을 시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컨소시엄은 먼저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회 자금 절반을 보유하고 있던 시중은행을 찾아가 예치금 인출을 타진했다. 컨소시엄 측은 1월말부터 해당 은행을 수차례 찾아가 예치금 반환을 요청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시중은행은 인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상조회 측에서 수차례 인출 요구를 해왔지만 예금은 상조회 이름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회의 자금이 아닌 회원들이 모은 회원비라서 반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법 규정상 상조회가 은행에 예치된 회원비를 인출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지만, 컨소시엄의 요구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이와 함께 공정위에 의견 조회 요청을 넣었고 공정위가 최종 거절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컨소시엄은 직접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방식을 재차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조합 설립은 2010년 2곳이 설립된 적이 있지만 상조업계 구조조정이 안정화된 이후로는 설립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제조합 설립 인가권을 가진 공정위는 컨소시엄의 공제조합 설립 시도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모든 시중은행과 공제조합에 ‘상조회 선수금 인출은 원칙적으로 불가하고 업무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 과장은 “상조회 소속 직원의 공제조합 설립 문의가 있었다”면서 “부당한 의도가 분명히 예상되는 상황이라 업무처리 신중을 선제적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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