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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안 재면 공연장 못 들어갑니다” 공연계의 코로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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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안 재면 공연장 못 들어갑니다” 공연계의 코로나 사투

입력
2020.03.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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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온 확인해야 공연장 입장이 가능합니다. 체온 재고 가세요.”

최근 뮤지컬을 공연 중인 대학로 공연장 입구에 줄이 늘어섰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관객들이 안내를 따라서 차례로 체온을 쟀다. 공연장 관계자는 관객의 체온이 정상이면 티켓에 스티커를 붙여 줬고, 관객들은 그 스티커를 검표 담당자에게 확인받아야만 공연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여러 사정상 일정 변경이나 취소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막을 올린 공연들은 이처럼 날마다 ‘방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렵게 걸음한 관객은 물론, 배우와 스태프의 안전과 생계도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부정 여론을 모르지 않기에 더욱더 철저하다.

또 다른 대학로 연극은 모든 관객들의 좌석 번호와 이름, 연락처까지 일일이 받아 뒀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공연장 입구의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반드시 손소독제까지 사용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고 의무 사항으로 안내하는 공연장도 있다.

대다수 공연장들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주 2, 3회가량 공연장 전체를 방역한다. 객석과 분장실은 매일 소독한다. 하루 2회 공연하는 주말엔 낮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에도 소독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은 아예 입장이 제한되고, 공연 시작 전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가 수차례 나온다. 공연장 관계자가 관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한다.

한 연극 프로듀서는 “공연이 생업이기도 하고 2~3년간 준비해 온 작품이라 무대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때가 때인 만큼 공연 홍보는 할 수 없지만 공연장을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장소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방역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도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대학로 중극장 뮤지컬을 찾은 직장인 박진희씨는 “출입문 손잡이나 좌석 팔걸이는 가능한 한 접촉을 피하고 휴대용 손소독제도 수시로 사용하는 등 관객들도 저마다 개인 위생을 챙기고 있다”며 “공연장이 과도하다 싶을 만큼 감염 예방을 강조하는 모습에 안심이 되더라”고 말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 팀도 지난 14일 무사히 서울 공연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초까지 2개월간 부산 공연을 마치고 각자 미국, 남아공, 호주 등 고국으로 돌아갔던 배우들과 스태프는 오랜 고심 끝에 다시 한국에 입국해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방역 체계에 대한 신뢰, 공연장의 철저한 대비가 있어서 가능했다.

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은 클레어 라이언은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고 각종 행사가 취소됐지만, 우리는 지금 가장 안정되고 안전한 곳에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의 협력 덕분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이곳 생활이 정상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개막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썼다.

‘피아노 검투사’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도 예정대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다. 리시차도 공연 전 기획사를 통해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신뢰한다”고 전해 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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