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꺼워진 ‘비후성 심근증’ 의심해야
젊은 사람 운동하다가 돌연사하면 이 병 탓
비만하면 비후성 심근증 발병 위험 2.2배
계단을 오르거나 달릴 때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계단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할 때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대개 관상동맥질환인 협심증을 의심한다. 나이가 젊은 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심장 자체가 두꺼워져 생기는 ‘비후성 심근증’일 수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유전적 질환이다.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의 하나다. 운동선수 돌연사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한다.

국내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00명당 1~2명꼴로 이 병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젊은 사람이 운동하다가 급사하면 1차적으로 이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만약 평소에 운동 중이거나 운동 직후에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거나 친척 중에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 질환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평소에는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잠시 안정을 취하면 금세 회복된다. 심장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도 결과가 정상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제대로 진단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비후성 심근증이 있는 사람이 격렬한 운동을 하면 돌연사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높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심장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피를 뽑아내야 한다. 이때 일부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피가 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심실성 부정맥이 생겨 돌연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운동에는 문제 없는 경우가 많아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유전적 성향이 있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병 자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김중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을 잘 관리하고 치료하면 비후성 심근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돌연사 심부전 부정맥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비후성 심근증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다양한 임상 경과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위험군이라면 두꺼워진 심장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격렬한 운동이나 폭음 등 맥박이 급작스럽게 빨라지게 하는 행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비후성 심근증은 X선ㆍ심전도ㆍ혈액ㆍ심장초음파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그 외에 유전자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도 병행된다. 비후성 심근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단이 되면 먼저 합병증 발생 위험을 잘 살펴본 다음 결과와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시행한다.

매년 검사를 하면서 지켜볼 수도 있고 약물 치료를 할 때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근육을 일부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최근 김형관ㆍ박준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2009∼2014년 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7,851명의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분석해 비만이 이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 과체중, 경도비만, 중등도 이상 비만이라면 표준 체중인 사람보다 비후성 심근증 발생 위험이 각각 1.5배, 2.2배, 2.9배(3개 군 평균 2.2배) 높았다. 체질량지수(BMI)가 1씩 증가함에 따라 이 병 발생 위험은 11% 증가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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