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선거운동을 고안해야 하는 예비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 홀로 인사’
예비후보들은 요즘 거의 매일 ‘나 홀로 인사’에 나선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후보 이름과 기호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지하철역 입구나 주요 교차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나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넨다. 1:1 대면 유세보다 효과는 적지만 유권자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없는 상황에서 다수를 향해 존재감을 홍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서울 종로에서 맞붙은 이낙연, 황교안 예비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거물급 후보인 만큼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지만 정작 홍보 현장에서 기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의 일정과 동선을 기자들에게 미리 공개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보편화한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이 몰리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후보의 ‘조용한 홍보’ 장면은 캠프에서 자체적으로 촬영해 제공하고 있다.
후보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스쳐 지나는 유권자들을 향해 얼굴을 알리기조차 쉽지 않다. 거물급 정치인에 비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들은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아쉽다. 때문에 홍보 팻말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최대한 크고 잘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한 후보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 약국 앞까지 찾아가 자신을 홍보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대면 유세’ 대신 ‘소독 유세’
후보가 지역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자신의 포부를 알리는 대면 유세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악수를 나누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이 생기고, 후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코로나19로 인해 후보가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지지 후보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유권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후보들은 소독약 통을 등에 지고 나서기 시작했다. 지역구 곳곳을 다니며 직접 소독약을 뿌리고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에도 도움을 주면서 봉사하는 이미지를 알리겠다는 일거양득의 전략이긴 하나 한계가 있다. 길거리에 뿌리는 소독약이 바이러스 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되고 그렇다고 점포나 주택 내부에 뿌릴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사 방식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소독 방역 대신 헌혈이나 마스크 제작, 의료 봉사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는 후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 접촉은 온라인으로
과거 ‘합동연설회’와 ‘거리유세’, ‘집중유세’ 등에서 동원된 당원들이나 청중들의 모습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겨진 옛이야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대면 접촉이나 다중이 모이는 오프라인 대신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초창기 온라인 선거운동이 젊은 층을 겨냥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집중됐다면 요즘은 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익숙한 유튜브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후보마다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주요 활약상이나 공약을 홍보하는 데 공을 들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총선 결과 예측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예비후보 진영마다 국민의 관심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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