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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모두 진단검사…“中보다 더 심각”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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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모두 진단검사…“中보다 더 심각” 초강수

입력
2020.03.20 18:29
수정
2020.03.20 20:5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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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입 확진자 86명 중

유럽 입국자가 50명 달해

이란 교민과 이들의 이란 국적 가족들이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경기 성남 코이카(KOICA) 연수센터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교민과 이들의 이란 국적 가족들이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경기 성남 코이카(KOICA) 연수센터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부터 유럽에서 들어오는 내ㆍ외국인은 모두 입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음성 판정이 나와도 잠복기인 14일간 자가격리 해야 한다. 중국발 입국자에게 적용한 것보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던 1~2월 중국보다 현재 유럽 내 감염 확산 속도와 치사율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보건당국이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가 이미 대유행하는 만큼 검역강화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발 입국자로 한정하면 해외유입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 기자설명회를 갖고 “22일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전원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14일간 자가격리나 시설격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2일부터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은 공항에 도착하면 우선 건강상태질문서와 발열 확인 결과를 토대로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로 구분된다. 그런 다음 유증상자는 인천공항 인근 영종도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는 임시생활시설에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여기서 양성으로 나오면 중증도에 따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된다.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내국인과 장기체류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14일간 격리생활를 해야 한다. 거주지가 있다면 집에서, 없다면 보건당국이 마련한 시설에 머물게 된다. 음성 판정을 받은 단기체류 외국인은 격리되지 않지만 14일간 보건당국의 전화를 받고 본인의 건강상태를 설명하는 능동감시 상태로 지내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하루 1,000명 안팎. 외국인은 그 중 10%이며, 외국인 가운데 67%는 장기비자를 받은 장기체류자다. 이들은 보통 국내에 거주지를 갖고 있는 만큼 시설격리 될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음성 판정을 받은 장기체류 외국인이 임시로 머물 800실 규모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자가ㆍ시설 격리된 외국인에게도 생활지원비 등을 지원하고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이들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내국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전날(19일)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한 보건당국이 유럽에서 오는 입국자만 검역을 강화한 건 그만큼 유럽의 상황이 심각해서다. 유럽을 다녀온 뒤 공항에서 또는 입국 후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어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진 점도 고려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되거나 증상을 숨기는 사람도 있어 전수검사는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20일 0시 기준 해외유입 확진 사례는 모두 86명이다. 그 중 유럽 입국자가 50명이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매주 2~7명 발생하다가 유럽ㆍ중동으로 신종 코로나 불길이 확산한 3월 둘째 주에 17명, 셋째 주 들어선 38명으로 급증했다. 주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위주로 확진자가 나왔으나 금주 들어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포르투갈, 이집트를 다녀온 이들도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감염지역 역시 넓어지고 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검역강화 배경에 대해 “1~2월 방역조치를 취했던 당시의 중국보다 현재 유럽 내 환자 발생률이 크게 높아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발 유증상 입국자의 양성 판정 비율은 약 5%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유증상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진단검사에선 그간 거의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굉장히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이 유럽에서 일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14일 1만7,660명이던 확진자가 이날 4만1,035명으로 6일 만에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스페인ㆍ영국은 4.1배, 독일 5.0배, 스위스 3.1배 급증했다. 중동의 이란은 1.6배, 미국도 6.5배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만큼 방역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은 물론 미국과 동남아, 중국 등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 검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 역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확진자가 더욱 늘 경우 이들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을 단계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방역총괄반장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 상황을 계속 관찰하면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검역강화 대상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19일 이란에서 귀국한 교민과 이란 국적 가족 80명 중 의심증상을 보여 격리조치 된 2명을 제외한 78명 가운데 1명(56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성남 소재 코이카(KOICA) 연수센터에 머물고 있는 단체 교민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보건당국은 격리기간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152명이었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87명으로, 다시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사망자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치명률은 1.09%다. 완치돼 격리해제된 확진자가 286명 늘면서 누적 2,233명을 기록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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