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빠른 추적ㆍ치료, 미국=초기 대응은 실패, 일본=정보공개·검사 다 못함
일본의 한미일 관계 전문가가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정보 공개도, 검사 수에서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외교사와 조선 근대사를 전공하고 현재 미국 조지메이슨대 인류사회학과 박사 과정인 후루야 유키코(古谷有希子)는 19일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에 ‘코로나 펜데믹의 한미일 대응능력 비교’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후루야는 2016년부터 한일 관계와 한미일 안보 문제 등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일본, 정보 공개 불투명ㆍ검사도 부족
후루야는 일본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특히 일본이 미국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일본은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 수는 보고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무역량이나 출입국자 수를 생각하면 실제로 감염자 수가 적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월 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일본 내 코로나 총 검사 건수는 1만 2,000건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검사 수를 하루 최대 7,000건 정도까지 늘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하루에 2만건의 검사를 실시해 온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 병상 문제가 일어나는 지역이 있다는 게 후루야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를 ‘지정전염병’으로 분류했는데 이 경우 감염 지정 의료기관에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확진자가 늘게 돼 감염 지정 의료기관에 업무가 몰려 감염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의료기관에도 입원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원내 감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검사를 하지 않고 감염자 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후루야는 “일본은 대량 검사를 할 능력도, 감염자를 병원에 수용 할 능력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선 코로나19 관련 지정전염병 규제를 검토하고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자택격리를 통해 치료를 지원함으로써 의료 붕괴를 막고 조기 추적, 조기 검사, 조기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초동 대처 실패
후루야는 미국의 경우 초반 코로나19 검사 관련 규제를 고수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1월 말 워싱턴 주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지역 감염증 전문가가 연구팀이 인플루엔자 검사 방법을 수정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자고 연방정부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연구팀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지난달 말 연방정부의 승인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지만 이마저도 중단됐다고 했다. 연방정부는 인플루엔자의 검사를 코로나19 검사로 바꿔서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고, 의료 행위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외에도 민간 연구기관이 코로나19 자체 검사를 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용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연구윤리 관련 규제를 우선시함으로써 초기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조기 추적, 조기 검사, 조기 치료 잘 되는 한국
한국은 초동 대응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조기 추적, 조기 검사, 조기 치료로 이를 만회했다는 게 후루야의 평가다.
한국은 처음 코로나19에 대한 섣부른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감염의 확산으로 이어졌지만 이후 유연성을 발휘해 미흡했던 초기 대처를 만회했다는 것이다. 조기 추적, 조기 검사, 조기 치료를 기본으로 ‘드라이브 스루’(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 등을 통해 대규모 검사를 실시하고, 병상 부족 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입원 조치하는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의 대처방식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과 독일, 호주도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마스크의 경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가 개입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다고 전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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