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에서 이적해 미래한국당 대표를 맡은 원유철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관리위원회를 재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의 공천 파동은 미래통합당이 한국당의 주인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통합당은 20일 의원 4명을 추가 이적시켜 원유철 대표 체제의 새 한국당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 지도부는 즉각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을 갈아치웠고,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다시 마련키로 했다. 한선교 전 대표 체제가 한국당 비례 후보를 통합당이 원하는 대로 정하지 않은 탓이다. 공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형식적이나마 독립성과 민주적 절차를 지키려 했던 한 전 대표는 결국 타의로 물러난 셈이다. 통합당이 간판만 2개를 내걸고 두 정당을 다 운영하면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런 탈법적 상황을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은 문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박진 전 의원,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한국당 비례 후보로 공천해 달라고 한 전 대표에게 직접 요구한 사실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선거법상 정당의 후보 공천은 당헌ㆍ당규 등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하며, 다른 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선관위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미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혔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부정과 탈법으로 얼룩진 선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는 선관위의 직무유기다. 더불어시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공천에 개입한다면 역시 선관위가 나서야 한다.

애초 선관위가 위성정당 등록을 불허했다면 이런 혼돈은 없었을 것이다. 선관위는 명칭만 문제 삼았는데 유사 명칭을 금지한 취지가 ‘독자성과 자주성이 정당의 기본’이라는 것 아닌가. 물론 선관위는 형식적 요건을 갖춘 정당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정당법을 따랐을 터이고, 정당 설립의 자유를 감안했을 것이다. 20일 서울행정법원이 한국당 정당등록 효력 정지 신청을 각하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정당 설립 요건과는 별개로, 지금 행해지는 공천 개입은 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노골적으로 유린하고 있다. 유권자를 기만하고 정치 혐오를 키운다. 선관위가 이를 ‘정치의 영역’이라고 제쳐둘 게 아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를 퇴보하게 만든 책임은 선관위에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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