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19일 밤 전격적으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19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약정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자국 통화로 즉각 바꿔주는 제도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외환결제 능력은 4,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함께 통화 스와프도 1,932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 특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경제위기로 미 달러화 가치가 치솟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ㆍ연준)와 통화스와프를 10년 만에 재가동한 것은 600억달러 이상의 외환 안전판을 더 마련한 셈이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285원까지 치솟던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았다. 연일 폭락하던 한국 증시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경제위기가 전례 없는 ‘미 달러 강세’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증시도 이번 금융위기로 ‘외국인 주식 매각→주가 하락→환율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원화 가치 하락과 함께 국내 기업 자금 경색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달러화 강세는 미국 내 달러 부족을 초래해 연준의 양적 완화 효과를 약화하고 있을 정도다.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한국을 비롯 9개국으로 전격 확대한 것 역시 미국 내 달러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일 만큼 전 세계적 ‘달러 사재기’ 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외환보유액 확대나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아무리 높게 쌓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에도 “아직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라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달러 강세가 증시뿐 아니라 기업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을 넘어 실물 경제에도 더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은은 채권ㆍ증권시장 안정 펀드 매입 정도만을 발표했다. 미 연준이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것처럼 더욱 적극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다음 주로 예고한 채권과 증시 안정 지원 대책의 규모를 시장의 예상보다 확대해 기업 자금 경색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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