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후 다니던 학교 방문…장례 조용히 치러
폐렴 증세로 숨진 17세 고교생의 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등에 따르면 정모(17)군의 부모는 이날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거주지인 경산으로 옮겼고, 지역 한 성당 관계자들과 가톨릭 미사를 가졌다. 이어 화장 후 다니던 학교만 둘러보기로 하는 등 장례도 조용히 치렀다.
정군의 부모는 전날 아들의 사망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아닌데다 부검도 불필요하다는 보건당국의 발표에 곧바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군이 다닌 학교 관계자는 “작년에 담임을 했던 선생님이 장례식을 찾았다”며 “유족들이 ‘화장 후 학교를 방문해도 되겠느냐’고 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군은 지난 18일 오전 11시16분 영남대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영남대병원 은 코로나 19로 인한 폐렴을 의심했다. 8번 검사에서 총 7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마지막 소변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의심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군이 사망하기 한 시간 전 검체를 채취해 검사했고, 지난 19일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정군은 영남대병원에 입원하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고열로 집 근처 경산중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발열로 코로나19가 의심돼 병원 응급실 안에서 치료받지 못했고, 선별진료소 업무 시간도 끝나 해열제와 항생제를 받고 귀가했다. 다시 열이 나 다음날 오전 일찍 경산중앙병원을 찾았고 엑스레이(X-ray) 검사로 폐렴까지 확인됐지만,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입원하지 못했다. 이어 13일 오후 상태가 악화돼 재차 내원했다가 병원 측의 권유로 영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경산중앙병원측은 “경산지역은 대구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데다 환자 상태가 코로나19로 의심되고 음압격리병상이 없어 입원시킬 수 없었다”며 “중증 폐렴환자에게 필요한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도 없어 상급병원인 영남대병원에 사정해 입원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정군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영남대병원에 대한 방역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음성 판정을 내리면서 일부 양성 소견을 밝힌 영남대병원에 검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산=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산=윤창식 기자 csy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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