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터키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MBC 제공

지난달 29일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선 방송인 유재석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무대에 하프 연주자로 등장했다. 지난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했던 그가 이번엔 하피스트로 변신한 것.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유재석은 ‘유르페우스’(그리스신화 속 하프의 신인 ‘오르페우스’와 유재석을 합친 말)란 별명을 얻었다. 이날 방송엔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깜짝 게스트로 출연, 현란한 터키행진곡 연주를 선보였다.

그 덕에 이날 시청률은 10.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한 ‘놀면 뭐하니?’의 두 번째 기록이다.

그런데 정작 방송 뒤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후폭풍이 일었다. 일부 팬들이 “예능 제작진이 손열음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기 시작한 것. 특히 디지털 피아노를 가져다 놓은 게 화근이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불러 놓고는 제대로 된 피아노도 준비하지 않은 건 일종의 모욕이라는 주장이다.

“방송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아쉽다곤 하지만 방송 당시 ‘손열음’이 포털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클래식 대중화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 이후 5월로 예정된 손열음 공연은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유재석이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프 연주를 하고 있다. MBC 제공

유재석의 하프 연주를 놓고도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랜 시간 연습을 거듭해온 전공자도 한번 서기 힘든 정규 오케스트라 무대를,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단시간 연습 끝에 소화해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고작 한달 연습해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는 건 악기 연주 자체를 폄하하는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반감은 오래된 주제다. 클래식계는 꾸준히 대중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클래식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년 전 언론 간담회에서 “클래식의 대중화보단 ‘대중의 클래식화’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태형 클래식 평론가도 “평생 예술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의 세계를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클래식의 대중화보단 대중의 클래식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그럼에도 현재로선 “클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보다 우세한 편이다. 황장원 클래식 평론가는 “클래식도 분명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재석 같은 대중적인 연예인이 나서는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공연계 종사자도 “과거와 달리 세계 유수의 연주자들은 연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연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는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커지면 시장 전체가 성장하고, 더 많은 예술가들이 공연 기회를 얻게 돼 문화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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