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28)] 뉴칼레도니아 자유여행 3편-본섬
톤투타(Tontouta) 국제공항에서 수도 누메아까지 45분 정도의 신록 풍경이 이어진다. 뉴칼레도니아의 첫인상이다.

렌터카로 달리고, 스쿠터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비행기로 남서태평양의 시린 바다 위를 날았다. 2주간의 뉴칼레도니아 여행, 미지의 땅을 탐험하겠다는 박력이 솟구쳤다. 그 처음과 끝의 간략한 체험 보고서, 일단 본섬부터 시작한다.

뉴칼레도니아 지도. 번호는 하룻밤 이상을 묵은 곳이다. 본섬 뉴메아(①)에서 출발해 북쪽을 거쳐 동쪽을 훑는 뒤 뒤 다른 섬을 떠돌다가 다시 본섬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뉴칼레도니아 여정을 마쳤다.
◇Day 1~2 누메아의 흔들흔들 침대에서 워밍업

장기간 여행을 유지하는 생명수는 역시 돈이다. 배낭여행자의 피가 흐르는 우리는 더욱 그렇다. 고물가로 악명 높은 뉴칼레도니아를 택한 만큼 세밀한 작전이 필요했다. 일단 비용이 저렴한 숙소에 초점을 맞췄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픽업한 후 낙조로 하늘이 붉어질 무렵 수도 누메아에 도착했다. 숙소는 ‘고아만(Baie de l'Orphelinat)’에 정박한 보트다. 죄수가 세운 섬나라 뉴칼레도니아에서 어울리는 선택이라 여겼다. 더블 침대 하나, 싱글 침대 둘, 부엌을 겸비한 테이블이 있는 것까지는 좋았다. 처음 보는 펌프식 화장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난감하다. 샤워도 가능하긴 하다. 야외 갑판에서 남의 손을 빌려 드럼통에 담긴 물로 하면 된다. 까만 밤에 하길 추천한다.

보트 숙소의 좋은 점. 일출과 일몰에 늘 노출되어 있다. 세상은 살만하고 평화롭구나.
보트 숙소 내부.
탕탕은 난해한 화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뉴칼레도니아 기준 평균 수준인 누메아 해변. 인근 섬을 연결하는 보트 투어가 성행한다.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 전, 누메아에서 하루 더 시간을 들였다. 탐색 차원이었다. 이 나라, 도로 설계자의 의도가 심히 궁금하다. 게임에 매료되었던 걸까. 일방통행 미로 드라이브다. 헤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충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엔진 소리 요란한 도로 옆 해변의 선탠 열기도 보았다. 이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대략 허탕이었다. 뭉뚱그려진 정보를 얻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도 한 장 들고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공용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휴대폰을 머리끝까지 들어올려 가까스로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다음 종착지는 라포아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하룻밤 22달러 하는 저렴한 독채가 그곳에 있었다.

Day 3 현지인의 정보로 즉흥적으로 섬 여행 예약

탕탕의 현지 친척에게 섬의 북쪽까지 갔다가 동쪽 해변을 끼고 달릴 거란 장대한 계획을 얘기했다. 먹거리와 기름(주유)을 넉넉히 챙기라며 은밀히 웃었다. 알고 있다. 첫 날 세게 당했다. 뉴칼레도니아의 슈퍼마켓은 대부분 오후 7시쯤 문을 닫는다. 호주보다 더한 아침형 인간의 천국이다. 아이스박스를 구하고 유통기한이 긴 물품 위주로 잔뜩 장을 봤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다시 길 위로! 출발이 늦었던 탓에 토모 부두의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을 때우고 좀 더 북쪽으로 향했다. 부라케와 우아노 해변 표지판이 보였다. 이전에도 표지판에 이끌려 차를 몰았다가 패잔병처럼 돌아선 일이 거듭된 바 있었다. 썰물 때라 수영을 하기엔 부적절해 보였다. 별 감흥은 오지 않았다. 니아울리(Niaouli) 나무만이 바람에 희번덕거렸다.

토모 부두의 흙탕물 해변. 암석에 버짐이 생긴 듯한 구릉에 이르기까지, 지질학자라면 탐구 정신이 솟을 법하다.
부라케 부두는 마치 토모의 풍경을 조금 고급스럽게 흉내낸 듯했다.
뉴칼레도니아 여행 정보의 오아시스가 되었던 라포아의 에어비앤비.
알짜배기 정보는 역시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이 집 주인 알렉상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여행에선 언제나 사람이 열쇠다. 현지인으로부터 영양가 있는 정보를 얻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당시 본섬과 일데팡 외 다른 섬으로 여행할 계획은 전무한 상태였다. 로열 아일랜드로 불리는 우베아, 리푸, 마레 중 우리의 취향은 어디일까.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알렉상은 우베아에서의 7년 살이 경험을 지도를 그리듯 쏟아냈다. 우연한 만남은 필연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온라인으로 즉시 일데팡과 우베아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 숙소의 장점은 현지 정보를 풍부하게 보유한 호스트 외에 또 있었다. 한국인도 만족할 와이파이 속도. 넷플릭스를 속 시원히 볼 수 있다니, 이건 기적이다.

◇Day 4 그럼 그렇지,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

뉴칼레도니아에 대한 삐뚤어진 감정이 쌓였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음을 졸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뉴칼레도니아에 있는 라군(산호초로 둘러싸인 바다 호수)의 60%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76%의 동식물은 딴 나라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자유여행자의 체감?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이론상 대단한데, 경험상 느낌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생태학자가 아닌 우리로선 그 나무가 그 나무였다. 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북쪽으로 갈수록 3,000년 전 이 섬의 최초 정착인인 카낙인과 접촉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가끔씩 차 안에서 손 인사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뉴칼레도니아 인구밀도가 1㎢당 12.5명(한국은 500여명에 육박한다)에 지나지 않으니, 사람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가이드가 합세한 투어를 하지 않는 이상, 이 나라의 진짜를 파악하긴 어려워 보였다. 김이 빠졌다. 자유여행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애초 무언가를 많이 보겠다고 작정하진 않았지만 뉴칼레도니아만의 뭔가는 여전히 부족했다.

성문 밖 차코니아 나무는 지난 시절 테렘바 요새의 잔인함을 희석하고 있다. 네라 강의 초입에 있다.
박물관 내부는 제법 알차다. 1984년부터 마거릿(Marguerite) 재단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말 많은 프랑스인은 감옥에까지 긴 설명을 써 놓았다. 프랑스어로만.

넷째 날 첫 여행지는 테렘바 요새다. 사막 같은 초원의 외로운 건축물들은 옛 군사 요새이자 교도소다. 텅텅 빈 우체국이나 빵집, 도서관 등의 흔적이 겨우 역사를 붙들고 있었다. 교도소와 감독관의 집은 현재 박물관이다. 카낙인의 격렬한 저항을 피로 진압하고 식민지화한 뉴칼레도니아의 과거를 신랄하게 기록 중이다. 그러나 외부인이 알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안내문은 프랑스어로만 돼 있다.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덩치가 달라진 나무에 눈이 즐거워진다. 빨간색으로 뒤덮인 차코니아 나무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구멍 난 바위 해변’으로 들어섰다. 이름처럼 흥미롭지는 않았다. 심심한 구릉을 보며 물장구치기에 좋은 정도였다. 수시로 바닷물에 잠기는 암석으로 인해 산책로 접근도 금지된 상태였다.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우릴 인도하곤 했던 이정표. 이 좌회전만큼은 배신하지 않았다.
밀도와 채도, 부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그림 한 장. 자연은 늘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낭떠러지 위에서 바라본 낭떠러지.
가까이에서 보면 하늘에서 불시착한 듯한 형태다. 무규칙한 결은 스쳐도 베일 듯 날카롭다.

그러나 눈높이에 따라 풍경은 달라지는 법. 인근 ‘거북만(灣)’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로 올랐다. 차 한 대 겨우 관통할 낭떠러지 길이다. 속력을 줄이며 나아가면 거북만의 상징을 만난다. 바람과 바다가 조각한 돌기둥인 ‘부라이 사람(Bonhomme de Bourail)’이 바다 위에 서 있다. 카낙인 사이에서는 죽은 자에게 가는 관문의 수호자란 전설이 내려온다. 길은 거북만 초입까지 이어진다. 차 문을 열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소나무 숲을 지나니 모래사장이다. ‘부라이 사람’ 돌기둥으로 좀 더 가까이 나아갔다. 누군가의 은신처가 될만한 동굴들이 유혹한 까닭이다. 밀물 때라 솟구치는 파도를 피하며 암석 위로 올랐다. 인포메이션센터 안내원은 12월 중순인 지금 거북이 알을 낳는 적기라 했다.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거북 알만한 바위 구멍만 보고 돌아섰다.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거북 베이’ 해변의 자연 풀장. 다 큰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세상 풍경을 단조롭게 바꿔버리는 낙조.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해가 지고 있었다. 좀 더 짙어진 우림에 가을빛 그림자가 내려 앉는다. 약 300km의 일정, 깜깜한 뒤에야 숙소에 닿았다. 숙소는 넓은 부엌, 야외 데크, 킹사이즈 침실과 연결된 모던한 욕실을 갖추고 있었다. 묵은 빨래까지 가능한 세탁기도 있다. 하룻밤 56달러! 어느 부잣집 친구의 별장에 머물 듯 꿈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체크인이 늦어 버선발로 나온 호스트는 여행 노동에 지친 우리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북쪽으로 향한다면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뜬구름 잡는 여행의 서막이 될 거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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