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쪽 섬에서 대규모 천주교 미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1,500명이 모였다. 술라웨시섬에선 무슬림 집회를 위해 8,600여명이 운집하는 등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종교 집회가 잇따라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자제 권고만 한 상태다.
19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동부누사텡가라주(州) 망가라이 지역 대성당에서 이날 오전 9시 미사가 진행됐다. 추기경과 사제, 1,500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참석했다. 방문객은 지역 인구의 1%를 차지한다. 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책반이 “노약자에게 특히 전염 위험성이 있다”며 행사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성당 측은 “수개월 전에 예정된 행사”라며 강행했다. 지역 보건소 직원과 의료진은 참석자들이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체온을 재고, 소독약을 뿌렸다. 지방정부와 성당 측은 “중앙정부의 권고 사항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현지 네티즌들은 “이기적인 행태” “행사를 연기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17~18일엔 술라웨시섬의 남부술라웨시주(州) 고와 지역에 각국에서 온 무슬림 8,694명이 모였다. 무슬림 선교단체 타블리기 자마앗(TJㆍ믿음을전파하는공동체)가 19~22일 마련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러 온 것이다. TJ는 코로나19 동남아 지역 2차 확산의 도화선이 된 말레이시아 무슬림 집회를 주최한 단체로, 선지자 무함마드의 선행과 선교방법 등 전통을 고수하며 음식도 함께 모여 손으로 먹는 등 각국을 돌면서 수시로 가가호호 방문 선교 활동을 하는 게 특징이다.
다행히 주최 측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제 권고를 받아들여 본 집회는 취소됐다. 당국은 이미 운집한 인원들을 격리 조치한 뒤 순차적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발열 증상이 있는 참석자도 있는데다,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모든 모스크를 2주간 폐쇄한 말레이시아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종교 행사 자제 권고만 내려졌다. 이날 오후 현재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82명 추가된 309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6명 늘어 25명을 기록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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