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다음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제7차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위원회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지분 9.38%를 가진 1대 주주고,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17.25%) 다음으로 지분(7.71%)이 많은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두 회사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두 사람이 법원이나 금융당국으로부터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채용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항소한 상태고, 손 회장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을 불완전 판매한 혐의로 중징계(문책경고)가 확정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근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 행사를 권고하며 두 사람의 ‘법률 리스크’와 ‘제재 리스크’를 이유로 거론한 바 있다. ISS 권고는 대다수 연기금과 헤지펀드,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 사항이 된다.
다만 국민연금과 ISS의 반대에도 회장 연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지주는 BNP파리바(3.55%)와 우리사주(4.68%), 재일동포(약 15%) 등 우호지분이 많은 편이고, 우리금융 역시 약 30%에 달하는 과점주주를 비롯해 손 회장에 우호적인 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일반투자자로 변경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표를 위임한 상태여서 연임에 걸림돌이 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25일, 신한금융은 26일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국민연금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렸다. 조현준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사장 역시 비슷한 사유로 반대하기로 했다. 또한 정몽원 회장의 만도와 한라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안에는 기권을,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안에는 모두 반대를 결정했다. 단, 허인 국민은행장에 대한 KB금융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찬성을 하기로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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