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6년 만에 신작

“우리는 이제 마을에 살지 않는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우리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낯선 이’다. 말을 걸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낯선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조우만큼 오해도 불가피하다.
‘타인의 해석’에는 반면교사들이 풍부하다. 저자는 소통 실패 사례들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기준은 판단에 쓰이는 도구다. 우선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인간 본성이다.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이 정직할 거라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해 거짓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다. 미국 정보 당국에 잠입한 쿠바 스파이의 정체가 탄로나기까지 십 수년이 걸린 건 그를 적극 두둔한 동료들 덕이었다.
다른 도구는 ‘투명성’이다. 대개 우리는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라는 게 저자 얘기다. 기계와의 대결에서 참패한 판사가 단적인 예다. 인공지능(AI)한테 보석 대상자를 추리게 했더니 판사한테 맡겼을 때보다 재범률이 낮더라는 연구 결과를 책은 소개한다. ‘직접 대면’이 오히려 오판 요인이 됐다는 게 저자 분석이다.
마지막 도구는 ‘결합성’인데 이건 반대로 간과되기 일쑤다. 예를 들어 막을 수 있는 자살이 방치되는 건 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흔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어떻게든 실행할 거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접근 가능한 자살 수단이 있느냐가 큰 변수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미미한 천연가스가 도시가스를 대체하고 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설치되자 자살 건수가 줄었다.
이런 오류의 결말은 비극이다. 책은 황당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2015년 1월 미 텍사스 소도시 간선도로 갓길에서 일어난 일이다. 백인 남성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웠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꿨다는 이유에서였다. 문답 도중 블랜드가 담뱃불을 붙였고, 엔시니아는 담배를 꺼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벌어진 입씨름은 엔시니아가 블랜드를 차 밖으로 끌어내면서 끝났다. 사흘 뒤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저자가 규명한 ‘오해의 시작’은 책 마지막에 배치된다. 스릴러 같은 구성이다. 실적 압박에 모든 낯선 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엔시니아는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할 거라는 신념을 교조화한 상태였고, 단속 장소도 적절하지 않았다. 조장된 오해였던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거라며 말한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한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 기본값’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나친 의심은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유의 침해로 이어진다.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음ㆍ유강은 옮김
김영사 발행ㆍ472쪽ㆍ1만8,500원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블링크’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쓴 저널리스트 출신 경영사상가다. 6년 만의 신작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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