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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는커녕 ‘손씻기’도 어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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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는커녕 ‘손씻기’도 어려운 사람들

입력
2020.03.19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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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탓에 위생 환경 최악

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택시 승차장에서 한 남성이 통근길 시민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FP 연합뉴스
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택시 승차장에서 한 남성이 통근길 시민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FP 연합뉴스

“작은 단칸방에서 8명이 살아요. 눈만 뜨면 서로 부딪치는 게 일이죠.”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편, 자녀 6명과 함께 사는 셀레스틴 아드히암보(43)는 수돗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없는 자신의 집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딱히 치료 방법은 없다. 환자를 격리시킬 작은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한 코로나19의 최우선 예방법으로 ‘손 씻기’를 지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위험도를 ‘매우 높음(very high)’ 단계로 올리면서 “비누로 손을 자주 씻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작은 실천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 BBC방송은 18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10억명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통풍이나 배수ㆍ하수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감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는 곳에 거주한다. 에이즈 전문가이자 WHO에서 중앙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했던 피에르 음펠레 대표는 “아프리카 빈국에선 평균 12명이 한 집에 산다”며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만성적인 물 부족이다. 일부 아프리카ㆍ아시아 국가들이 그렇다. 인도 첸나이의 한 주민은 “집에서 50㎞를 걸어 가야 정수처리 되지 않은 농업 용수라도 얻을 수 있다”고 푸념했다.

가까스로 물을 구해도 수질은 형편없기 일쑤다. BBC는 케냐 나이로비 동쪽에 위치한 무쿠루라라는 빈민촌을 조명했다. 50만명이 모여 사는 이 지역의 가옥들은 거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배수 시설이 전혀 없다. 쓰레기 소각장도 당연히 없다. 각종 오물이 강가로 흘러 들어 물을 오염시킨 탓에 손을 씻을수록 병에 걸릴 가능성만 커진다.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단ㆍ치료 등 의료시스템은커녕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 기반조차 갖춰지지 않아 감염병이 얼마나 많이, 오래 퍼질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이날 기준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나라는 54개국 중 33개국에 달한다. 케냐도 7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음펠레 전 대표는 “아프리카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지 않고 있는 점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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