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청년 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리그 오브 레전드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는 이른바 ‘싸강(사이버 강의)’ 후일담이 넘쳐난다. 음소거를 하지 않은 탓에 수강생이 게임을 하거나 라면을 먹는 소리, 심지어 엄마한테 혼나는 소리까지 중계되었다는 내용부터 강의 중인 교수에게 별 풍선을 날렸다는 일화까지 그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특히 교수가 시스템 조작 미숙으로 인해 학생들을 온라인 강의실에 입장시키지 않거나 마이크를 꺼둔 채 한참을 강의했다는 사연은 남 일 같지 않아서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처음이 어렵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온라인 강의나 화상회의 등의 구동 방법이 숙지되면 그 편리함과 확장성에 환호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상공간을 통해서 그 틈을 메워가는 가운데, 얼마 전 ‘대리랭’이라는 낯선 게임 용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배치된 류호정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인 ‘대리랭’은 ‘대리랭크’, 즉 ‘대리게임’을 뜻한다. 외계어 같은 단어만큼이나 생소했던 것은 유저들 사이에 형성된 온라인 게임의 정서 및 그 위배에 따른 도덕성 공방이었다. 해당 후보는 자신의 계정으로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도록 함으로써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등급을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저 게임일 뿐인데 너무 가혹한 비판 아닐까라는 생각은 수많은 기사와 댓글을 읽고, 게임 유저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바뀌었다.

LoL은 미국의 ‘라이엇게임즈’사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으로서 2016년 월간 플레이어 수 1억명을 돌파했고, 2019년 8월 기준으로 시간당 동시 접속자 수는 800만명에 달했다. ‘5대5’ 단체 게임으로 진행되는 LoL은 그 랭크가 세분화되어 있는데, 전체 이용자 중 88%가량은 하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 랭크를 올리기가 어려워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게임을 시키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대리게임과 같은 부정행위가 만연해질 경우 게임 생태계는 무너지고,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대리게임 적발 시 1차로 30일 동안 계정 이용을 제한하고, 재차 적발될 때에는 영구제한이라는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대리업체까지 성행하자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후 2019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동 개정법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ㆍ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여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동법은 어디까지나 대리게임 용역을 알선하거나 제공한 ‘업’자들을 처벌하고 있을 뿐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2014년경에 이루어진 류 후보의 대리게임에 대해서는 2019년에 발효된 개정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행위 자체도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상의 처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대리게임으로 등급을 올렸을 당시 대학 내 e스포츠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던 류 후보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퇴했다. 그러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약 2개월이 경과한 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신을 동아리 회장으로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TV 게임 BJ를 거쳐 게임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에서도 게임 등급이나 동아리 활동 경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류 후보의 경우 법적 문제는 없을지라도 도덕성 측면에서 과연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소속 정당의 평가가 남아 있다.

전 세계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LoL은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공식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 정규리그의 경우에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는데, 각 경기에 대한 온라인 최고 동시 시청자 수의 평균이 무려 64만여명에 이른다. 그뿐인가? 게임 출시 10주년을 기념해서 라이엇게임즈가 출간한 공식 스토리북은 ‘LoL의 세계관과 미학이 집대성’된 책으로 평가받으며 2020년 3월 19일 기준으로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4.8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LoL은 ‘그까짓 게임’이 아니라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의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고티어(높은 등급) 플레이어에게 규칙 준수나 공정성의 측면에서 보다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거울상을 보는 듯하다. 이는 LoL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도 바로 우리의 가족이나 이웃이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금, 온라인 게임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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