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들 “하루 사이 구매자 부쩍 늘어”
전문가들 “무조건 먹으라는 것 아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되는 환자는 타이레놀 계통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고 권고한 이후 타이레놀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재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이부프로펜을 사용하지 말고 파라세타몰을 쓸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부프로펜은 국내에서 ‘부루펜’으로 알려진 약품의 주성분이고, 파라세타몰은 타이레놀의 주성분이자 아세트아미노펜의 다른 이름이다.
WHO의 권고가 국내에도 알려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타이레놀을 샀다거나 미리 사두겠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누리꾼(ka****)은 19일 “마스크 사면서 겸사겸사 타이레놀도 미리 구매해뒀다”며 인증사진을 공개했다.
평소 다른 진통제를 복용해왔다는 또 다른 누리꾼(ka****)은 “부루펜이 더 잘 듣는데, 혹시 모르니 타이레놀도 사놔야겠다”고 글을 올렸고. 이 외에도 “미열이 나는데 이부프로펜 계열 약밖에 없어서 내일 타이레놀 사러 가려고 한다”(ji****), “타이레놀 아껴먹을 걸 그랬다. 매일이 사재기다”(ur****), “우리 가족들은 타이레놀 효과 없는데, 사두긴 해야겠다”(w0****) 등의 글이 이어졌다.
약국에서도 타이레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서울 중랑구의 A약국은 18일 오전까지 타이레놀 제품이 15개가량 있었지만, 하루 만인 19일 오전 다 팔린 상태다. 서울 중구의 B약국에도 WHO의 권고가 나온 이후 하루 사이에 구매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B약국 약사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하루 만에 30~40개가량 팔렸다”며 “제품 자체가 품절이라 주문조차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장관의 발언 등을 근거로 타이레놀을 권유했던 의사 홍혜걸씨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통계적으로 이부프로펜 계열이 코로나19 상황을 나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이왕 먹을 거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것”이라며 “타이레놀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치료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증을) 참을 만한데 무조건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와 전혀 관련 없는 발열이라면 꼭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본인이 스스로 코로나19를 의심하고 이부프로펜 계통 대신 타이레놀 계통의 약을 먹으라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면 본인이 판단하지 말고, 우선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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