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로스게라우에서 코로나19의 검사를 위해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드라이브스루’ 진료소에서 검진을 하고 있다. 그로스게라우=로이터 연합뉴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쟁이나 재난의 시기에 언어에 큰 변화가 생긴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의 여러 소수언어를 멸종시켰고, 삼국통일, 고려 대몽항쟁, 임진왜란 등은 우리말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했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새로운 말들이 우리말에 빠르고 깊게 스며들고 있다. 처음엔 의사환자(의심환자), 비말(침방울) 같은 말이 나오더니, 진단 키트(진단 도구)를 거쳐 드라이브스루 진료(승차 진료),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에피데믹(감염병 유행),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까지 낯설고 어려운 말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급박한 상황이 단어들을 정돈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전문어와 외국어가 날것 그대로 우리에게 쏟아진다. 전문어와 외국어가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낯선 말은 정보를 왜곡하거나 정보 전달에 실패하게 한다. 코로나 19는 노년층에게 특히 위협적이다. 이분들에게 날것 그대로의 전문어는 더욱 낯설어 정보 소외를 가져오고, 생명이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불안과 공포를 가중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어렵고 낯선 말을 쉬운 말로 대체하여 제안하고 있다. 위의 괄호 속 말들이 그것이다. 언어 역시 감염병처럼 초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다. 새로 등장한 말에 더욱 발 빠르게 대처하자니 충분히 잘 다듬을 여유가 없다. 그만큼 다듬은 말 정착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재난 시기일수록 언어가 정보의 불균형을 심화해서는 안 된다. 부족하나마 대중에게 최소한의 선택지는 필요하다. 국립국어원이 제안하는 말 중 어떤 것은 살아남고 어떤 것은 대중에게 외면당하겠지만, 이후 그 과정과 결과를 복기하면서 노력한다면 더 나은 언어정책으로 한발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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