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확진자 6000명 육박, 발병 지역 50개 주 전체로 확대
트럼프 “캐나다와 상호 동의 하에 북쪽 국경 일시적으로 폐쇄”
이탈리아는 인공호흡기 부족, 스위스는 보건시스템 붕괴 우려
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지역 및 국경 봉쇄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환자가 급증하면서 보건시스템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州)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나오면서 발병 지역이 50개 주 전체로 확대됐다. 미국 내 유일한 청정지역도 사라진 것이다. 18일 오전 미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5,9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 수도 1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는 한국보다 적지만 사망자 수는 한국을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확산세로 식당과 술집 등을 폐쇄하는 지역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시가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대피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 6개 카운티가 670만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외출을 3주간 금지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48시간 내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뉴요커들은 자택 대피 명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뉴욕주가 “자택 대피 명령은 주정부의 승인을 요구하며 현 시점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실제 조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윗을 통해 “우리는 상호 동의 아래 비필수적 여행에 대한 캐나다와의 북부 국경을 일시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무역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경제통합 수준을 이유로 미국인은 제외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18일을 기점으로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아시아를 추월했다. AFP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유럽 내 사망자는 이탈리아 2,503명 등을 포함해 최소 3,437명이었다. 이는 3,000여명이 사망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 사망자 수 3,384명이다. 유럽 전역의 확진자 수는 7만9,000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유럽연합(EU)은 아예 전면적 국경 봉쇄에 착수했다. 일부 회원국들이 잇따라 국경 통제에 나서자 EU 차원에서 빗장을 건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30일간 EU 외부 국경을 즉시 폐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외의 외국인은 앞으로 30일간 관광이나 비필수적 사업을 이유로 유럽을 방문할 수 없다. 다만 장기 EU 거주자나 영국 국민, 해외노동자, 의료진 등은 예외다.
누적 확진자 수가 3만1,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선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0여명씩 쏟아지는 롬바르디아주에선 “일주일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의 다니엘 코흐 전염병 국장은 “병이 현재 속도로 확산하면 열흘 내 국가 보건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et@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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