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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경쟁 없고 땅따먹기식 의석 싸움... 여야 꼼수에 훼손된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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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경쟁 없고 땅따먹기식 의석 싸움... 여야 꼼수에 훼손된 비례대표제

입력
2020.03.19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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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ㆍ핵심정책 등 공통점 없어도 “1석이라도 더...” 이합집산 눈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인물 경쟁’은 온데간데 없고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한 땅 따먹기식 ‘꼼수 경쟁’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당 창당 경쟁 이야기다. 두 당은‘다양한 계층ㆍ직능ㆍ세대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스스로 도입한 비례대표제를 거리낌없이 훼손하고 있다. 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가칭), 통합당의 미래한국당은 4ㆍ15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1회용 정당’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1회용 정당을 알뜰하게 활용해 의석을 1석이라도 더 얻는 데 혈안이 돼 있을 뿐, 어떤 인물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울 것인 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정치를 ‘가치’가 아닌 ‘쪽수’로 하는 것이라고 보는 탓이다.

더불어시민당에는 친문재인ㆍ친조국 성향의 ‘시민을위하여’와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등이 참여한다. 이념 성향, 창당 목적, 핵심 정책과제 등에서 공통점이 별로 없는 이질적 세력이 한 데 모인 것이다. 평화인권당을 제외하곤 모두 올해 총선을 겨냥해 급하게 만들어진 신생 소수 정당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친여 성향 유권자들의 정당 투표를 쓸어 담아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것’에 수렴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이 함께 하겠다고 발표한 작은 정당들은 대부분 저도 이번에 처음 본 정당들이었다”며“정상적인 연합 정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연합’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야합’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해 선거제 개혁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희석하려고 소수 정당들을 끌어들였다. 민주당으로선 존재감이 미미한 정치적 약체들과 손 잡는 것이 불리하지 않다. 민주당의 공천 지분을 최대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대’를 민주당이 배제한 것은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이 원하는 건 ‘정치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거대 정당 중심 정치를 깨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 정당들과 나누는 것이다. 민주당이 자회사 격인 비례정당을 별도로 만든 건 국회 의석을 계속 독식하겠다는 뜻이다. ‘통합당의 독식을 막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민주당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수단과 방법도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명분으로 포장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두 당은 노골적으로 공천 지분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통합당은 한 동안 ‘미래한국당은 별도의 정당’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마이웨이 공천 도발’ 이후 얼굴을 바꾸어 공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에서“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결과는 자회사가 모회사 의견을 하나도 안 듣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짬짜미 공천’을 하는 것이 도리’라는 문제성 발언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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