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려했던 해외 유입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무증상 입국자가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도 적잖은 데다, 현 방역체계로는 무증상 입국자를 걸러내기 힘들어 지역사회 전파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해외를 다녀온 뒤 확진된 사람은 총 65명이다. 이 중 공항 입국자 검역과정에서 확인돼 격리된 인원은 11명이다. 불과 하루 만에 6명이 늘었다. 모두 내국인으로 현재 신종 코로나가 확산 중인 유럽의 여러 국가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최근에 발생한 신규환자 중 약 5%가 해외유입 환자”라며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할수록 해외유입 확진환자의 발생 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1월 20일)인 1월 넷째 주에는 해외유입 확진자가 3명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매주 2~7명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유럽ㆍ중동으로 신종 코로나 불길이 확산한 3월 둘째 주에는 해외유입 환자가 16명, 셋째 주 들어선 18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해외유입 환자가 전국 곳곳에서 뒤늦게 확진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 거주하는 33세 여성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남편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뒤 이날 양성으로 판정됐다. 귀국한 당일부터 사흘 간 이들 부부 집에 머문 친정 부모의 확진(17일)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진단검사를 받은 결과다. 그러나 이 여성은 진단검사 전까지도 기침이나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무증상으로 입국하고 확진된 것인데, 신종 코로나가 초기에도 전염력이 강한 만큼 귀국 후 격리되기 전까지 10여일 사이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편은 음성이 나왔고 자녀는 검사를 앞두고 있다.
충남 홍성의 60대 부부도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뒤 17일 확진됐다. 앞선 16일에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경남 창원 거주 30세 남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모두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이 아니거나,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으로 지정되기 전 해당 국가에서 무증상으로 입국한 후 뒤늦게 확진된 경우다.
19일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전 세계로 확대한 보건당국은 해외유입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 준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유럽에서의 입국을 30일 동안 금지한 미국처럼 입국 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 본부장은 “해외유입 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서 입국한 이들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 입국 제한보다는 관리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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