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커지자 거시경제의 ‘리트머스 시험지’라 불리는 금융주들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며 줄줄이 역대 최저가를 기록하며 ‘자유낙하’ 중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의 하락폭은 연초대비 40%에 달한다. 이날 기준 코스피의 연초 대비 하락폭(26.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4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신한금융은 이날 2만4,400원으로 마감해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KB금융 역시 2016년 2월 이후 4년만에 다시 3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연초 3만원대 중반이던 하나금융은 2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1만원대였던 우리금융 주가는 이날 간신히 7,000원선을 지켰지만 장중 6,970원까지 떨어져 지난해 2월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를 새로 썼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도 연초대비 23조6,000억원(17일 기준)이나 증발했다. 금융주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금융주를 담은 펀드 수익률도 낮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금융펀드로 구분하는 6종(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9.18%로, 이 회사가 구분하는 43개 테마 가운데 금융펀드의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금융주들의 하락폭이 큰 이유는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은행 주식을 먼저 팔아 치우는 경향이 있다. 경제위기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몰릴 경우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하하면서 향후 은행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사 수장들이 나서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5,000주를 매입했고 김지완 BNK금융 회장(2만1,800주)과 김태오 DGB금융 회장(1만주) 등도 이달 들어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섰다.
다만 은행주의 경우 주가 하락폭이 워낙 커 바닥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시기에는 불확실성으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현 주가 수준은 지나친 과매도 국면으로 이성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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