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인근 국가들에 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자국 내 상황이 겨우 진정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역(逆)유입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자칫 ‘제2의 코로나19 파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상황에서 초기 대응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ㆍ대만ㆍ홍콩 등 세 나라가 다시 확산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사회ㆍ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이들 세 나라는 사태 초기부터 신속하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감염 확산을 통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나라에선 최근 감염자 확산세가 뚜렷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이날 신규 확진자가 발병 이후 최대인 23명으로 집계됐다. 대만에서도 하루만에 확진 환자 가 10명 늘어나면서 총 77명이 됐는데, 최근 사흘 새 전체의 30%가 늘었다. 홍콩에서도 지난달 9일 이후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추가로 보고됐다.
WSJ은 이들 세 나라의 최근 환자수 급증에 해외 역유입 요인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대만에선 최근 터키 관광을 하고 돌아온 같은 단체 소속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선 17명 중 10명이 최근 2주 이내에 네덜란드 등 여행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에서 이날 보고된 10명 중 8명도 최근 해외에서 귀국했다. 폴 아난타라자 탐브야 아시아ㆍ태평양 임상미생물학과 감염학회 회장은 “코로나19는 예측 불가능하고 누가 슈퍼 전파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며 “전 세계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3국의 격리ㆍ봉쇄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9일 0시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키로 했고, 홍콩도 같은 날부터 모든 해외 여행객의 2주간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싱가포르는 16일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4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입국 및 경유를 금지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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